결국 LG 데이본 제퍼슨을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다. 혈투를 벌이고 있는 LG와 오리온스의 플레이오프 6강.
1승1패의 균형.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제퍼슨의 영향력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차전 사용한 오리온스의 변형전술은 좀 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승현과 김동욱이 외곽에서 밀착마크한 뒤 골밑으로 침투하면 길렌워터나 리오 라이온스가 순간적으로 더블팀을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1쿼부터 줄곧 사용했다.
제퍼슨은 매우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8개의 어시스트를 올리면서 김종규를 적극, 활용했다.
대부분의 사령탑은 "제퍼슨은 결국 제 몫을 한다"고 얘기한다. 결국 어떻게 막든 자신의 역할은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팀동료들과 단절된 상태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느냐, 아니면 팀동료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면서 자신을 역할을 하느냐다.
실전에서 이런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제퍼슨 외에 1~2명의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과 2~3명의 선수가 맹활약하는 것은 상대팀에게 주는 충격 자체가 다르다.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리온스의 변형수비는 의미가 있다. 제퍼슨은 이 수비에 적절한 대응을 했다. 그러나 '불편한 플레이'다.
자신의 주특기인 강력한 골밑돌파에 의한 슬래셔의 역할에서 팀동료의 찬스를 제공하는 컨트롤 타워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LG의 시스템에 약간의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약간의 균열은 많은 의미가 있다.
이런 지점에 대해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변형수비의 숨은 장점 중 하나는 LG의 팀 밸런스를 교묘하게 흐트러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LG와 제퍼슨 입장에서 외곽에 이승현이 마크하면, 결국 제퍼슨이 공격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 부분이 가장 효율적이다.
하지만, 제퍼슨에게 공격이 더욱 집중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나머지 선수들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김시래나 김영환 문태종 등은 외곽이나 비어있는 골밑으로 컷-인을 할 수밖에 없다. 김종규 역시 그래야 한다.
또 하나,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이다. 1쿼터부터 외곽에서 이승현, 골밑에서 길렌워터나 라이온스와 격렬한 몸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제퍼슨의 장점 중 하나는 경기 중간중간 체력을 조절하면서 승부처에서 힘을 응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오리온스의 변형수비는 그런 틈을 상대적으로 많이 주지 않는다. 2차전에서 제퍼슨은 28분21초만을 소화했다. 체력적인 무리가 없는 출전시간이다.
하지만 4쿼터 막판 급격히 영향력이 떨어졌다. 그의 가장 주된 공격루트이자 장점은 긴 체공력과 탁월한 보디 밸런스다. 골밑으로 돌진, 점프한 뒤 상대와 몸접촉이 일어나도 절묘하게 슛을 성공시키면서 바스켓카운트를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기술에서 체력적 부담이 가해지면, 탁월한 공중에서의 밸런스가 미세하게 흐트러질 수 있다. 결국 골밑이나 미드레인지에서 슛의 적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1~2점 싸움인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제퍼슨의 체력적 부담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3차전에서도 오리온스는 변형수비 전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퍼슨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맹활약이었다. 그래서 더욱 3차전의 대응이 궁금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