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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차두리와 2015년 박주영, 묘한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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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FC서울이 차두리(35)를 품에 안았다.

그는 2012년 연말 독일 분데스리가 뒤셀도르프와 계약을 해지하고 잠깐 은퇴를 했다. 학교도 다니며 독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훈련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라운드를 떠날 수 없었다. "독일에서 만난 한국 분들이 모두 똑같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꼭 한국에 가서 공을 차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고 하셨다. 한 두 분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그 얘기를 했다. 그래서 한국서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한다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3월 27일 차두리의 입단 기자회견이 열렸고, 데뷔전은 2013년 4월 14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였다.

2년이 흘렀고, 또 한 명이 K리그를 흔들고 있다. 박주영(30)이 서울에 재입성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으로 이적했다. 1년 계약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사령탑이 교체된 후 뒷전으로 밀렸다. 알 샤밥과 결별한 박주영은 친정팀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2008년 서울을 떠난 후 7년 만의 귀향이다. 11일 입단 기자회견을 연 그는 14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전에서 공식 입단식을 갖고 팬들에게 복귀인사를 한다. 그라운드에는 다음달 설 것으로 보인다.

차두리와 박주영, 다른 듯 닮은 묘한 데자뷰가 느껴진다. 둘 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타플레이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함께 출전해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최용수 감독의 설득도 주효했다.

박주영의 입단을 바라보는 차두리도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12일 서울 훈련장인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전북전 미디어데이에 참석, 심경을 밝혔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어려움이 많았다. 실점도 많이 했고. 기대는 큰데 생각보다 잘 안될 때 선수는 위축이 된다. (김)진규 (김)치우 (하)대성이와 데얀 등이 많은 얘기를 해주며 도와줬다."

이제는 차두리가 손을 내밀 차례다. 그는 "주영이가 팀에 들어온 지 하루가 됐다. 크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어제 기자회견이 끝나고 같이 밥을 먹었다. 주영이가 최대한 빨리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 좋은 이야기를 하고 즐겁게 플레이를 하겠다"고 했다. 금쪽같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든든한 동료들과 후배들이 있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이 뭔지 최대한 바뀌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한 배를 탔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의 마지막 여정을 박주영이 함께한다. 차두리도 박주영의 부활을 바랐다. 그는 "주영이는 가진 게 정말 많은 선수다. 본인의 기량만 되찾는다면 굉장히 보탬이 될 선수다. 빠른 시간 안에 정상궤도로 돌아와 팀에 보탬이 되고 더 나아가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작이다. 박주영의 첫 훈련을 지켜본 최 감독은 "주영이의 몸상태는 60% 정도 되는 것 같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생각보다 빠르게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담보다는 기다려주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식이 3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와의 A매치에서 열린다. 그는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뉴질랜드전 출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금 전에 슈틸리케 감독을 만나고 왔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이기고 은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출전을 권유했다"며 "출전한다면 대표팀 생활이 31일에 마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