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에서 쌓은 정이 두터웠다. 승격팀간의 전쟁, 대전과 광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 "두 팀 모두 클래식에 잔류했으면 좋겠다."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조진호 대전 감독과 남기일 광주 감독은 서로의 선전을 기원했다.
감독들의 마음은 같았다. 하지만 승격 과정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대전은 고속도로를 달렸다. 조기 우승을 확정짓고 승격에 성공했다. 반면 광주는 비포장도로를 줄기차게 달렸다. 4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승격플레이오프의 험난한 길을 거쳤다.
그러나 클래식 첫 대결에서 승격 과정과 반대의 그림이 그려졌다. 험난한 여정을 거치며 단단해진 광주가 대전을 넘고 승격 후 클래식 첫 승을 따냈다. 반면 대전은 1만1857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2연패에 빠져 홈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특히 대전은 패배의 아픔이 더욱 컸다. 광주의 첫 승을 이끈 주인공이 대전 출신의 수비수 안영규였기 때문이다. 안영규는 전반 33분 김호남의 코너킥을 헤딩 결승골로 연결해 광주에 2대0 승리를 선사했다.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으로 2012년 드래프트 1순위로 수원에 입단했던 안영규는 J2리그 기타큐슈를 거쳐 지난해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입단 첫 해, 그는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며 34경기 출전, 1골-1도움의 활약을 펴쳤다. 대전의 챌린지 우승 및 승격의 공신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뒤 그는 버림을 받았다. 수비진을 개편하려는 조 감독의 구상에 안영규는 없었다. 자유계약 신분이 된 안영규는 고향팀 광주에서 새 출발을 다짐했다.
경기전 선발 명단에 안영규의 이름이 오르자 양 팀 사령탑은 '주목할 선수'로 안영규를 꼽았다. 남 감독은 "대전에서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에 잔뜩 벼르고 있다"며 안영규의 대전전 의지를 전했다. 조 감독 역시 "영규가 우리팀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데…"라며 경계했다. 남 감독의 예상대로, 조 감독의 우려대로 안영규가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날카로운 슈팅을 기록하더니, 전반 33분에는 헤딩으로 친정팀의 골문을 열었다. 안영규는 수비에서도 대전의 '주포'인 아드리아노에게 꽁꽁 묶으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승격팀간의 첫 번째 대결은 광주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그러나 친정팀 안방에서 펼쳐진 안영규의 '복수혈전'은 클래식 무대 첫 골-첫 승의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대전=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