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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다시 일어선 창원시청과 박말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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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보다 선수들이 더 고생했죠."

1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창원시청과 목포시청의 2015년 인천국제공항 내셔널리그 개막전. 1대0, 승리가 확정된 후 창원시청 선수단과 박말봉 감독은 모두 감격에 젖었다. 2005년 창단한 창원시청이 거둔 101번째 승리였다. 수많은 승리 중 하나였지만, 유난히 이번 승리가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막판 9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창원시청은 아쉽게 4강 플레이오프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거둔 값진 성과였다. 하지만 선수단에 돌아온 것은 해체설이었다. 구단이 힘들다는 것은 알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재정감축이 이어졌다. 동계훈련은 꿈도 꾸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박 감독과 동고동락한 코치진마저 모두 팀을 떠났다.

남아있는 선수들을 보고 힘을 낸 박 감독은 플레잉코치 최명성을 중심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다른 팀에서 이적제안이 왔던 '팀의 핵심' 임종욱 곽철호 김제환 등도 잔류시켰다. 선수들도 아버지나 다름없는 박 감독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다. 상황은 열악했지만, 의지만은 충만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똘똘 뭉쳐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열린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 감독은 "운칠기삼이라고 했는데 운도 노력해야 따라온다. 선수들과 정성을 들인 결과다"고 했다. 냉정한 분석도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연습시합도 못했다. 승리하기는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진 경기다. 이제 시즌 시작했으니까 경기를 중심으로 감각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힘들 수 밖에 없는 올시즌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문제는 역시 정신력이다. 앞으로 힘들 일이 많은데 고개를 숙이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다 털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했다.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올시즌 우리의 무기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