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악의 타고투저 현상이 빚어졌다.
전체 9개팀의 팀타율이 2할8푼9리, 팀평균자책점이 5.21이었다. 덩달아 평균 경기시간도 3시27분으로 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러다보니 프로야구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도 높아졌다. 4~5점차의 넉넉한 리드가 경기 후반 뒤집히기 일쑤였고, 선발투수가 5회를 넘기지 못하고 조기 강판한 경우도 수두룩했다. "몇 점이 나든 몇 시간이 걸리든 무슨 상관이냐. 그 나름대로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긴 하다. 그러나 뭐든지 과도한 것은 흥미를 반감시킨다. 야구 자체의 묘미도 적절한 수준 유지에서 비롯된다.
이런 경기의 질적인 문제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특히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했다. 선수 공급 시스템은 변함이 없고, 팀수만 늘어난 것이다. KBO가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1군 엔트리를 27명으로 늘리기는 했지만, 경기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인다.
타고투저 현상이 순전히 타자들의 기술 향상에 의한 것이라면, 투수 기술에 대한 발전 역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타고투저는 타자들의 수준보다는 투수들의 전체적인 실력 하락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 공인구의 반발력에 대한 의혹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선수들은 "KBO 공인구의 반발력이 훨씬 큰 것 같다"고 했다.
KBO는 지난 겨울 스트라이크존 확대 결정을 통해 투수가 타자와의 상대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했지만, '인위적인 조정'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지에 대한 비난도 존재한다. 사실 투수들의 실력 하락과 그에 따른 투수들의 혹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이 부족하니 특정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수준 하락은 피할 수 없다.
과연 이번 시즌에도 타고투저 현상, 나아가 그로 인한 후유증이 눈쌀을 찌푸리게 할까. '타자들이 타석을 떠나면 안된다'는 새로운 스피드업 규정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치고받는 난타전이 이어진다면 경기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22일 끝난 시범경기에서 10개팀의 팀타율은 2할5푼, 팀평균자책점은 3.95였다. 지난해 시범경기 전체 팀타율은 2할6푼4리, 팀평균자책점은 4.83이었다. 단순히 수치만 비교하면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물론 시범경기서는 보통 타자들보다 투수들의 페이스가 빠르기 때문에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타고투저 현상이 수그러들 조짐이 있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새로운 스트라이크존 적용이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마운드가 허약할 것으로 예상됐던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kt 위즈가 생각보다 안정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각각 4.90, 4.84의 평균자책점으로 10개팀 중 9,10위에 그쳤지만, 두 팀 모두 마운드 자체가 나쁜 팀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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