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 합류'로 인한 한화의 전술적 변화?

고민하고, 또 기다려왔다. 지난 두 달간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73)은 머릿속으로 수많은 전략을 썼다 지웠다. 선수 구성에 따라 전략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누가 나올 수 있는지와 없는지에 따라 수비 위치와 타순은 계속 조정됐다.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상 등의 이유로 '베스트 전력'을 만들어 줄 선수들이 모두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 외국인 선수 모건이 지난 2월21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삼성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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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외국인 외야수 나이저 모건(35)은 김 감독에게 적지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었다. 팀 전력을 감안하면 반드시 써야 하는 선수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에 "지금 우리 팀은 누구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모건은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선수라는 뜻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말도 했었다. "지금 한화 이글스라고 하는 팀은 선수 전부가 끈끈하게 하나로 뭉쳐야 이길 수 있는 팀이다. 누군가 혼자서 튀어버리면 안된다. 조직 속에서는 '나'를 버려야 한다." 김 감독이 부임한 뒤로 새롭게 다져지고 있는 한화의 팀 문화를 강조한 말. 동시에 모건이 아직까지 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김 감독은 모건이 팀에 녹아들기를 계속 기다려왔다. '교체'에 관한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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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건은 예정대로 1군에 합류했다. 신체 밸런스와 컨디션도 완벽하게 끌어올렸고, 한화의 일원으로 녹아들 준비도 마쳤다. 김 감독은 "개막전에 선발 중견수로 내보내겠다"는 구체적인 활용 방안도 공개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한화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그렇다면 모건의 합류는 한화의 전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초 김 감독은 모건의 합류가 더 늦어지게 되는 상황까지도 고려해 여러가지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었다. 큰 기준은 '센터 라인'의 완성과 '코너 외야수'의 선정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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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건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을 경우. 센터라인은 이용규(중견수)-권용관(유격수)-정근우 또는 강경학(2루수)-정범모(포수)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핵심은 이용규의 중견수 복귀다.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지난해 수비를 못했지만, 현재는 문제가 없다. 이용규 스스로는 "송구가 90% 정도까지는 올라왔다"고 했다. 그리고 코너 외야는 각각 송광민(좌익수)과 김경언(우익수)이 책임진다. 그나마 현 전력에서 최선의 구상이다. 비록 코너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대단히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팀 내에서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감안했을 때는 이 두 명이 나서는 게 최선이다.

한화 이용규가 지난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힘차게 송구하는 장면. 2013년 말 한화와 FA계약을 맺은 뒤 첫 중견수 출전이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하지만 모건이 개막전 중견수로 낙점되면서 이 라인업은 보류됐다. 센터라인과 코너 외야 선발이 모두 달라진다. 물론, 수비력과 공격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 많다. 일단 센터라인은 모건(중견수)-권용관(유격수)-정근우 또는 강경학(2루수)-정범모(포수)다. 냉정히 말해 모건은 이용규보다 수비력이 낫다. 무엇보다 송구력이 앞선다. 수비 범위나 타구 판단에서 이용규가 크게 뒤질건 없다. 그러나 아직 100%가 아닌 어깨 때문에 송구에서는 다소 불리하다. 어쨌든 모건이 센터로 나서면 한화 외야 수비나 중계 플레이가 좀 더 촘촘해지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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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용규는 우익수로 나간다. 좌익수로는 우타자 송광민이나 좌타자 김경언이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플래툰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짙다. 특히 김경언은 지난 20일 대전 롯데전에서 상대 선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송구에 광대뼈를 맞은 것 때문에 초반에는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모건의 합류로 외야 자원에 다소 여유가 생겼기에 가능한 조치다.

이 두 번째 라인업의 경우, 중앙에서 오른쪽 외야의 수비력은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실질적으로 2루타나 3루타가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좌측 외야의 수비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송광민-김경언의 플래툰은 공격력 측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여러가지 라인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화로서는 긍정적인 일이다. 모건의 1군 합류가 일으킨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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