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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전]차두리 떠나면 슈틸리케호 최고참 곽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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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30일.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당시 나이는 스물 일곱이었다. 늦깎이 A대표로 발탁됐지만, 그래도 고참 선수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고참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덧 자신이 최고참 반열에 오르게 됐다. 중앙 수비수 곽태휘(34·알 힐랄) 얘기다.

곽태휘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마치면 슈틸리케호의 최고참이 된다. 서른 다섯의 차두리(서울)가 태극마크를 반납하기 때문이다.

슈틸리케호는 많이 젊어졌다. 1980년대 후반생부터 1990년대 초반생으로 구성돼 있다. 1980대 초반생은 곽태휘 뿐이다. 가장 나이가 어린 이재성(23)과는 11살차다.

곽태휘는 최고참이 된다는게 슬프지 않다. 나이가 들면 경기력 저하로 대표팀에 뽑혀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젊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만 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인정받고 있는 수비수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잘 드러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곽태휘의 부상 회복을 묵묵히 기다려줬다. 그리고 팀이 풍파에 흔들릴 때 '히든카드' 곽태휘 카드를 꺼내들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 최종전부터 중용했다. 곽태휘는 출중한 신체조건을 살려 호주 선수들과의 몸 싸움, 제공권, 스피드에서 밀리지 않는 든든함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수비가 안정되자 공격수들이 힘을 낼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8강전에선 뜻밖의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이날 손흥민(레버쿠젠)이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팀의 4강행을 이끌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판단을 달랐다. 120분을 무실점으로 버틴 곽태휘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곽태휘는 아직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다. 월드컵 출전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전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왼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이후 2014년 생애 첫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베스트 11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사실 여기서 태극마크와의 인연은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곽태휘의 리더십을 좋아한다. 말수가 적지만, 그라운드 위에선 젊은 선수들을 잘 지휘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주문한 것을 이행하려고 노력한다. '캡틴' 기성용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리더십을 조율한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바라는 최고참 곽태휘의 슈틸리케호 생존법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