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2일 올 시즌까지 선수로 뛰었던 최태웅(39)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파격 인사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5위에 그쳤다. V리그 출범 후 최초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호철 감독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다만 신임 최 감독은 초짜다. 인하사대부고와 한양대를 거쳤다.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2005~2006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 네시즌 연속 세터상을 수상했다. 2009~2010시즌을 마친 뒤 현대캐피탈로 왔다. FA 박철우의 보상선수였다. 현대캐피탈에서는 권영민과 주전 자리를 놓고 다퉜다. 올 시즌에는 많이 나서지 못했다. 2010년말 발병한 림프암 여파였다. 현재는 완치 상태다. 플레잉코치로 활약했다. '코치'보다는 '플레잉'에 좀 더 무게를 찍고 있었다. 사실상 지도자 경력이 없다. 현대캐피탈은 승부수를 던졌다.
2일 오후 최 감독을 만났다. 현대캐피탈 감독직은 배구계 대표적인 '독이 든 성배'다. 현대캐피탈은 대표적인 명문 구단이다. 실업배구 시절 최강팀이었다. 하지만 이제 과거일 뿐이다. V리그 출범 후 우승은 단 2차례였다. 8회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에 밀렸다. 올 시즌에는 창단 2년차 OK저축은행의 우승을 지켜봐야했다. 김 감독의 뒤를 이을 감독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초짜 최 감독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최 감독은 담담했다. "언젠가는 지도자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기가 좀 빨라졌을 뿐이다"고 밝혔다. '독이 든 성배'라는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보다 우리 팀,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 성적으로 보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물론 목표는 언제나처럼 우승이다. 분명 해볼만한 도전이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부담스러운 팀이다. 역대 감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 송만기 감독을 비롯해 이 인 강만수 송만덕 김호철 등 경험많은 지도자들이 팀을 맡았다. 2012~2013시즌 팀을 맡았던 하종화 감독만이 비교적 젊은 피였다. 그 역시 고교 감독 경험이 풍부했다. 반면 최 감독은 경험이 없다. 약점이다. 최 감독은 "물론 경험 부족이 어려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상당히 젊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그리고 있다. 전임 김호철 감독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최 감독은 "2010년 현대캐피탈로 왔을 때 34세였다. 그때부터 배운 배구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김 감독에게 배운 스피드 배구다"며 "빠른 플레이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까지 김 감독이 현대캐피탈에 강조해온 배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선수들에게 주문할 것도 있다. 바로 '승부욕'이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조금 더 활기차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프로선수로서 승부욕 넘치는 강한 선수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변화를 다짐했다. "이제까지는 팀의 큰 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감독이다"면서 "감독으로서 내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바뀔 것이다. 선수들도 적응해야 한다"면서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