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가 올라왔다면 정말 몰랐을 것이다. 아마 우리가 4강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4전 전승으로 사상 최초 3연패를 달성한 뒤 이렇게 얘기했다.
이미 결과는 나왔다. 가정법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흥미롭다.
올 시즌 항상 유 감독이 항상 가볍게 얘기한 부분이 있다. "올 시즌은 운이 정말 좋았다"였다.
모비스는 시즌 전 유난히 악재가 많았다. 뒷돈을 요구한 로드 벤슨의 퇴출이 있었다. 그는 지난 시즌 모비스 우승의 주역이었다. 올 시즌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로 꼽혔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세컨드 옵션으로 밀릴 정도였다. 매우 강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빠진다는 것은 모비스의 골밑 수비 한 축이 무너진다는 의미. 게다가 2대2 수비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 아이라 클라크는 정규리그 때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게다가 대표팀 차출의 부작용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팀이 모비스였다. 유재학 감독이 비시즌 내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고, 에이스 양동근도 빠져 있었다. 여기에 이대성의 수술과 재활, 함지훈의 부상에 의한 복귀 등이 있었다.
때문에 유 감독은 시즌 전 "6강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라고 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지만, 4강 이상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모비스는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당시 각 팀에 모두 대표팀 후유증이 있었다. 모비스가 만나는 팀은 대부분 주력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기를 꼬박꼬박 잡아냈다.
시즌 중반 모비스가 1위를 달리며 연승을 달렸지만, 유 감독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그는 매 경기 "우리가 운이 좋았다. 우리가 잘했다기 보다 상대가 실수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일반 농구 팬은 '엄살 인터뷰'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비스는 안정적이지 않았다. 기적적인 존스컵 우승의 주역 송창용과 전준범이 성장했다. 그러나 양동근이 없으면 팀 자체가 송두리채 흔들리는 부작용이 있었디. 모비스 특유의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다. 경기 기복이 매우 심했다. 때문에 상위권 팀 뿐만 아니라 하위권 팀과의 경기에서도 종종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정규리그 1위의 고비마다 모비스는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천적 SK는 꼬박꼬박 잡아냈지만, KGC, 오리온스, LG 등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규리그 1위 경쟁을 펼치는 SK와 동부 역시 약점들이 나타났다. SK는 박상오 김민수 최부경 등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입었다. 동부는 김주성과 윤호영의 체력적 약점 때문에 스퍼트를 낼 수 없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모비스는 1위를 차지했다.
4강 상대는 LG와 오리온스의 승자였다. 두 팀은 풍부한 포워드진이 있었다. 오리온스는 트로이 길렌워터와 외국인 선수 1순위 리오 라이온스를 함께 보유하고 있었다. 괴물신인 이승현도 있었다. LG는 데이본 제퍼슨이 부활했고, 김종규 문태종 김시래 김영환 등을 가동할 수 있었다. 어떤 팀이 올라와도 모비스와 해 볼만 했다. 단기전에서 모비스는 양동근, 라틀리프 등 주전 의존도가 심하고 백업진의 수비가 좋지 못한 약점이 있었다.
5차전 혈투 끝에 LG가 승리를 거뒀다. 용호상박이었다. 사실 경기 내용 측면에서는 오리온스가 더 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미세한 차이에 의해 LG가 올라왔다.
유 감독은 4차전 직후 "오리온스의 기세가 좋다. 5차전은 오리온스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며 "4차전까지 보면 우리와 4강전에서 LG보다 오리온스가 올라오면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했다.
LG의 경우 당시 제퍼슨에 여전히 의존하는 농구를 했다. 하지만 제퍼슨은 체력에 약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모비스의 수비 조직력으로 봉쇄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체력전에 능하고, 두 외국인 선수의 득점력이 좋다. 게다가 이승현을 비롯해 포워드진이 강하다. 모비스는 상대적으로 2, 3번의 수비라인이 약한데, 이런 부분을 오리온스가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LG가 올라왔다. 그리고 '제퍼슨의 애국가 스트레칭' 사건이 터졌다. 제퍼슨이 퇴출된 뒤 LG는 더욱 거센 반격을 했다. 5차전까지 갔지만, 결국 체력과 객관적 전력에서 모비스가 우위에 있었다. 이런 힘 차이를 모비스는 확실히 5차전에서 보여줬다.
그리고 챔프전 파트너는 동부였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동부보다는 전자랜드가 더 까다로운 상대였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가 올라오면 우리가 유리하지만, 좀 더 까다롭고 힘든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했다.
동부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단, 5차전을 치르면서 체력적 부담이 너무 많았다. 김주성과 윤호영의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이 부분을 모비스가 확실히 밀어부쳤다. LG와의 5차전과 챔프전이 체력전 양상으로 흐르자,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던 아이라 클라크가 모든 내공을 방출했다.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모비스는 확실히 운이 따랐던 올 시즌이었다. 유 감독 역시 챔프 2차전이 끝난 뒤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를 다 피하고, 수월하게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 같다. 운이 참 좋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운으로 모비스의 3연패를 설명할 순 없다. 고비마다 모비스는 그동안 축적한 시스템의 힘으로 고비를 돌파했다. 다른 팀은 그러지 못했다. 결국 철저한 준비와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운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