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톱에 대한 이질감은 없다."
손준호(23·포항)가 팀 연패 탈출의 원동력이 된 '제로톱' 전술에 대한 편안함을 얘기했다.
손준호는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전남 드래곤즈와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에서 후반 15분과 17분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팀의 4대1 대승을 견인했다.
이날 손준호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포항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제로톱 가동을 위해 명단에서 빠진 원톱 라자르와 고무열 대신 이광혁 문창진 등 이른바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포항 유스 출신들과 호흡을 맞췄다. 황선홍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손준호는 "아무래도 라자르와 뛸 때보다 마음맞는 사람과 뛰다보면 훨씬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 훈련할 때부터 말을 자주하면서 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플레이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제로톱은 지난시즌에도 활용했었다. 제로톱은 올 시즌 처음이지만 선수들 장점을 알기 때문에 이질감은 없다.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선수들끼리도 원톱보다는 제로톱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연패 탈출의 또 다른 원동력을 찾았다. 바로 의지다. 지난 2경기와 전남전의 다른 점에 대해 묻자 "앞선 경기에선 우리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지 않았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도 적었던 것 같다. 원정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홈 경기라 포항 팬들이 많이 와주시기 때문에 힘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손준호는 올 시즌 영플레이어상 유력 후보다. 그러나 최근 시즌 첫 연패에 빠지면서 상에 대한 부푼 기대는 내려놓았다. 손준호는 "전북전과 제주전 때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영플레이어상을 다 접어두고 쉬운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셨다. 그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지만, 욕심은 숨길 수 없다. 손준호는 득점 공동 선두에 등극했다. 그는 "내 위치가 득점보다는 수비 밸런스를 잡아줘야 한다. 그러나 한 경기에 도움이나 골이나 공격 포인트를 하나씩 올리고 싶다. 우연치 않게 두 골을 넣어서 해트트릭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욕심만 차릴 수 없었다. 이기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더불어 "동계훈련 때도 그랬고, 매 경기 찬스가 1~2개씩 온다. 그런 것만 잘 살려도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