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같으면 당연히 했을 상황이기도 했다.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삼성전 표적등판.
대부분 야구팬이 알다시피 니퍼트는 유독 삼성전에 강하다. 2013년에는 3경기에 나서 평균 자책점 1.89, 3승을 쓸어담았다. 지난해에는 무려 7경기에 투입됐다. 선발투수로 나온 횟수가 28차례. 삼성전 선발 비율은 무려 25%.
당시 두산 송일수 감독이 삼성전에 맞춰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성적도 훌륭했다. 5승 무패, 평균 자책점 2.72를 기록했다.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지난 시즌. 특급 평균 자책점이었다. 니퍼트가 워낙 많이 나오자, 삼성 류중일 감독은 "니퍼트 공을 어찌됐든 쳐야할낀데"라며 농담섞인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니퍼트가 삼성에 강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일단 삼성의 핵심인 왼손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최형우의 경우 2013년까지 니퍼트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승엽도 마찬가지. 채태인의 경우 2014년 니퍼트와의 맞대결에서 5푼3리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니퍼트의 공이 매우 위력적이다. 위에서 내리꽂는 150㎞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서클 체인지업에 삼성 타자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이 결합됐다. 니퍼트는 실제 "대구 구장에만 오면 너무나 편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잦은 표적등판으로 지난해 삼성 중심 타자들은 서서히 적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으로 최형우가 니퍼트에게 홈런 2방을 포함, 3할1푼6리를 기록했고, 나바로(3할)와 박해민(2할9푼4리)도 강했다. 삼성 타자 중 니퍼트에게 가장 강했던 박한이(3할6푼8리)도 여전했다. 실제 지난 시즌 니퍼트가 등판한 삼성전에서 예전보다 불안한 경기들이 있었다. 지난해 6월13일(6대4 승리), 8월28일(6대5 승리) 경기 등이 그랬다.
올 시즌에도 첫 기회가 있었다. 두산은 4월 28일부터 주중 3연전을 kt와 치른 뒤 5월1일부터 주말 3연전을 대구에서 삼성을 만난다. 올 시즌 첫 맞대결이다.
4월29일은 우천취소됐다. 이날 선발은 니퍼트였다. 선발 로테이션에 여유가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4월30일 선발은 장원준이다.
때문에 니퍼트를 5월1일 삼성전 선발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 김태형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공법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승부처가 아니다"라고 했다. 결국 니퍼트는 4월30일 잠실 kt전에 등판 119개의 공을 던지며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9회 결정적 수비 실책 2개로 승리는 날아갔지만, 에이스 니퍼트의 투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니퍼트를 삼성전 표적등판을 시키면 1승의 확률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선발 로테이션 자체를 세부적으로 다시 재조정해야 한다.
게다가 투수들은 일정한 리듬이 있다. 우천취소와 같은 불의의 변수는 어쩔 수 없다. 그럴 경우 부작용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순리'대로 가는 것이다. 하루씩 등판일을 늦추고, 선발 투수들 스스로에게 대비하도록 하는 게 최상이다.
삼성전에 투입하면 니퍼트의 리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뜩이나 시즌 초반 골반부상으로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 니퍼트다. 게다가 2년 전부터 좋지 않은 고질적인 등 부상도 가볍게 안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은 니퍼트의 삼성전 표적 등판이 장기적으로 볼 때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 부분은 매우 합리적이다. 올 시즌 144경기를 치러야 한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니퍼트는 페넌트레이스 뿐만 아니라 포스트 시즌에서도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다. 장기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감안해도 '표적등판'은 득보다 실이 많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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