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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3기 두산의 '브라운 피하기', 왜 유효적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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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장면이 나왔다. 선택이 쉽지 않았다.

두산의 SK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 피하기' 장면이다.

일단 지난 두 경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4일 인천 SK-두산전.

그렇다. 올 시즌 가장 뼈아픈 역전패로 기록될 수 있는 두산의 '흑역사'. 7-0으로 리드하다 9회 역전 투런포를 맞고 8대9로 패한 경기다.

당시 두산은 전술의 이행과정에서 실책이 있었다. 8-7로 리드하던 9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앤드류 브라운이 등장했다. 이전 타석에서 홈런을 포함, 3타수 2안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상황. 당연히 어렵게 가야 했다. 후속타자 이재원(3타수 1안타)가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브라운이 아닌 이재원과 맞대결을 펼치는 게 유리했다. 두산 벤치에서도 당연히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공을 빼지 못했다. 결국 바깥쪽 꽉 찬 패스트볼이 높게 형성됐고, 투런홈런이 나왔다.

또 하나의 장면이 있다. 22일 잠실 두산과 SK전. 1-0으로 앞선 두산 선발 유희관은 2사 이후 이재원에게 4구를 허용했다. 타석에는 브라운이 들어섰다. 1B 1S 상황에서 포수 양의지는 바깥쪽 낮은 싱커를 요구했다. 당연히 신중한 승부가 필요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실투가 나왔다. 유희관의 싱커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떨어졌고, 브라운이 깨끗하게 걷어올리며 역전 투런홈런이 됐다.

승부처에서 뛰어난 클러치 능력을 보이는 브라운의 강렬한 타격이 인상적인 장면들. 두산 입장에서는 경계령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4일 잠실 주말 3연전 마지막 3차전.

1-1로 팽팽히 맞선 5회초 SK의 공격. 호투하던 두산 선발 진야곱은 선두타자 이명기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조동화의 희생번트와 최 정의 우익수 플라이로 2사 2루. 그리고 브라운이 들어섰다.

1차 승부처. 두산의 세 번째 선택은 '브라운 피하기'였다. 연속 3개의 볼이 들어왔다. 한 차례 브라운의 몸쪽으로 투구했지만, 스트라이크 존과 먼 떨어지는 공이었다. 4구째는 바깥쪽 스트라이크. 포수 최재훈은 깊숙히 빠져 앉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서 들어왔다. 하지만 5구째 바깥쪽 볼. 고의4구나 다름없는 승부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미묘한 갈림길이었다. 14일 끝내기 역전 투런홈런을 맞을 때와는 또 다른 상황이었다.

두산은 5선발 진야곱이 마운드를 지켰다. 두산의 선발진 중 가장 약한 스타터. 구위는 까다롭지만, 제구력이 좋지 않고, 위기관리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 브라운과 정면승부, 적시타 혹은 홈런을 맞는다고 해도 두산 입장에서는 추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긴 했다. 반면 볼넷을 내줄 경우 주자가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대량실점할 확률이 커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자. SK 입장에서 2-1로 리드를 잡을 수 있는 '1점'은 많은 것을 의미했다. 2연패 한 SK는 필승계투조의 힘이 비축된 상황. 즉, 중반 이후 리드를 잡는다는 것은 정우람 윤길현으로 이어지는 SK의 필승계투조가 총 동원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휴식일(월요일)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5회 선두타자 볼넷 출루 이후 조동화의 희생번트도 이런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미묘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두산은 1점 지키기에 나섰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진야곱의 투구에 타이밍이 가장 좋은 타자가 브라운이었다. 그런 감이 강하게 왔고, 결국 어렵게 승부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두 차례나 실패했던 '브라운 피하기'를 실행했다. 이날 후속타자인 이재원도 중전안타가 있었다. 하지만 이재원은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결국 SK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 두산은 곧바로 달아났다. 5회말 4안타를 집중, 3득점을 올리면서 기선을 완벽히 제압했다.

두산 벤치의 선택은 적중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서도 매우 과감하면서도 적절한 판단이었다. 미묘한 시점에서 '브라운 피하기'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