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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환희의 전반25분VS통한의 후반44분 그리고 스페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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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첫승, 참 어렵네요"

대한민국 여자월드컵 사상 첫승, 다 잡은 승점 3점이 손틈새로 빠져나갔다. 더 꽉 잡았어야 했다. 14일 오전 8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여자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전 후반 44분, 코스타리카의 역습 한방은 뼈아팠다. 전반 17분 코스타리카의 선제골, 전반 21분 지소연의 페널티킥 동점골, 전반 25분 전가을의 역전골까지 첫승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마지막 1분'을 지키지 못했다.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12년만의 월드컵에서 골문을 열었고, 첫 멀티골을 터뜨렸고, 첫 승점을 기록했건만, 첫승의 길은 멀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 들어선 선수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2003년 미국 대회 이후 12년만의 두번째 월드컵에서 첫승이 절실했다. 한국은 첫 월드컵인 2003년 미국 대회에서 한국은 3연패, 1득점 11실점했었다. 12년만의 두번째 도전, 첫승은 간절한 꿈이었다. 코스타리카는 월드컵 첫 도전이다. 새 역사를 쓰겠다고 했다. 선제골, 동점골, 역전골, 다시 동점골로 이어진 90분의 드라마는 결국 2대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의 여자월드컵 첫승은 아직 허락되지 않았다.

▶전반 17분: 코스타리카의 역습, 태극낭자들의 반격

태극낭자들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무장했다. 약속대로였다. '원톱' 유영아의 첫 슈팅이 전반 1분만에 터졌다. 브라질과의 1차전(0대2 패) 전반 27분에서야 볼터치를 했다며 자책했던 지소연 역시 전반 4분만에 볼을 만졌다. 조소현이 전방쇄도하는 지소연을 향해 중원에서 롱패스를 찔러넣었다. 전반 5분 이은미의 스로인을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낸 지소연의 슈팅이 디아스 골키퍼의 가슴에 안겼다. 한국이 강공으로 밀어붙였지만 코스타리카의 역습 한방은 강력했다. 전반 17분 멜리사 에레라의 선제골이 터졌다. 하프라인에서 캐서린 알바라도가 넘겨준 뒷공간 패스를 한번에 이어받아 톡 차올렸다. 센터백 황보람이 몸을 던지며 막아내려 했지만, 볼은 이미 골라인을 넘었다. 한국은 초반 역습을 허용한 후 기죽지 않았다. 더 거센 공세로 밀어붙였다.

▶전반 21분: 지소연 12년만에 월드컵 골문을 열다

전반 19분 박스 안을 파고들던 유영아를 코스타리카 미드필더 크리스틴 그라나도스가 밀어 넘어뜨렸다. 유영아의 움직임이 영리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강심장' 지소연이 11m 골문 앞에 섰다. 전반 21분 침착하게 구석으로 밀어찬 공은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오른발에 볼이 닿는 순간, 이미 '역사의 순간'임을 직감했다.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2003년 9월27일 미국여자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노르웨이전에서 1대7로 패할 당시 김진희(현 대한축구협회 경기감독관)가 월드컵 사상 첫 골을 넣은 이후 무려 12년만의 골이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공격수 '지메시' 지소연이 월드컵 사상 2번째 골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 25분: 전가을의 머리가 '번쩍' 하던 황홀한 순간

이겨야 사는 경기, 내친 김에 역전까지 노렸다. 전반 25분 오른쪽 라인에 '윙백' 김혜리와 '윙어' 강유미의 눈빛이 통했다. 김혜리가 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를 '준족' 강유미가 이어받더니 거침없이 '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문전 쇄도하는 전가을을 향해 '택배 크로스'를 올렸다. 전가을의 '작심' 헤딩골이 골문안으로 빨려들었다. 브라질전, 2차례 찬스를 놓치며 잠 못이뤘다던 그녀다. "두번의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원샷원킬'의 찬스를 보란듯이 살려냈다. 1-1 팽팽하던 흐름을 2-1로 뒤집어놓았다. 아버지 같은 스승, 윤덕여 감독과의 '포옹 세리머니'는 찡했다. 전가을은 "경기전에 (강)유미랑 얘기한 게 그대로 나왔다. 크로스 사인이 잘 맞았다. 유미를 믿고 움직인 게 주효했다"고 털어놨다.

▶후반 44분: 코스타리카의 역습, 태극낭자 고개를 떨구다

대한민국의 첫승이 확실시되던 후반 막판 코스타리카의 역습이 다시 불붙었다. 한국은 알바라도의 '롱 스루패스' 2번에 울었다. 후반 44분, 교체투입된 카를라 비야로보스의 동점골이 터졌다. 알바라도가 후방에서 한번에 띄워준 볼이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들었다. 최전방 비야로보스가 몸으로 밀어붙이며 기어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 효과를 발휘했던 강한 전방압박은 후반 막판 체력, 집중력 저하로 인해 느슨해졌고, 김혜리가 부상으로 교체되며 변화가 생겼다. 뒷공간이 또다시 뚫렸다. 집요하게 동점골을 노리던 코스타리카는 수비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코스타리카는 이날 11개의 슈팅중 단 2개의 유효슈팅을 2골로 연결했다. 말 그대로 '원샷원킬'이었다. 한국은 승점을 지키기 위해 라인을 내리는 대신 '강공'으로 맞섰다. 전반 10개, 후반 6개의 슈팅을 쉴새없이 쏘아올렸지만 추가골 사냥에 실패했다. 다 이긴 경기를 비기고 말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가 없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은 "막판에 승점을 내줬기 때문에 3차전 스페인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사상 첫 승점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하자 "그 1점이 앞으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원했던 3점이 아니라 1점이라 아쉬움이 크다.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독 입장에서 죄송함을 전하고 싶다"며 고개 숙였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지소연의 머릿속은 승점 3점뿐이었다.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오늘 이겨야 남은 스페인전을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라며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신의 월드컵 첫 골도, 월드컵 사상 첫 승점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시안게임 때도 그렇고 큰 대회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것, 그게 우리의 문제"라고 자책했다. "그 고비를 또 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동점골을 허용한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말에 눈물을 매달고 말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역전골의 주인공, 전가을은 "저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무승부로 끝나게 되서 너무 아쉽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가 없다. 다음 경기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는 꼭 이길 거니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이를 악물었다. 나란히 '1무1패'를 기록중인 한국과 스페인의 마지막 승부에서 E조 16강의 운명이 결정된다. 한국과 스페인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18일 오전 8시 캐나다 오타와 랜스다운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