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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2역' 여배우들, 안방을 스릴러로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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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가면'은 어떤 장르일까? 멜로물일까 범죄물일까? KBS2 '후아유-학교 2015'도 하나의 장르로 딱 꼬집어 설명하기 어렵다. 분명 학원물인데 미스터리가 가미돼 스릴러 같은 긴박한 전개를 펼쳐보이고 있다. 두 드라마가 선보이는 숨막히는 반전의 서스펜스는 웬만한 공포물이나 추리물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복합장르적 전개로 호평받고 있는 두 드라마엔 모두 '1인 2역' 캐릭터가 등장한다. 똑같은 얼굴을 갖고 있지만 극과 극의 환경에서 살고 있던 두 캐릭터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상대의 삶을 대신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미스터리로 인해 인물 관계가 꼬이면서 갈등 구조가 생겨나고, 그 미스터리가 탄로나는 과정에서 스릴러적 재미가 만들어진다. 격정멜로를 내세운 '가면'과 학원물인 '후아유'를 독특한 드라마로 만든 건 탄탄하게 설계된 1인 2역 캐릭터의 힘이다. 그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 수애와 김소현의 연기력에도 연일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가면'은 범죄물로 시작해 멜로물로 옮겨가고 있다. 드라마 초반부, 정략결혼을 앞둔 국회의원의 딸 은하(수애)를 죽음으로 내몰고 그 대신 가난한 여주인공 지숙을 압박해 재벌가 며느리로 만든 음모의 과정은 마치 범죄드라마처럼 긴장감 있게 전개됐다.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재벌가에 입성한 뒤에도 과거의 삶을 놓지 못하는 지숙의 일탈 속에 지숙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남자주인공 민우(주지훈)의 멜로도 본격화되고 있다. 스릴러와 멜로가 뒤엉켜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은 '가면'의 인기 동력이 되고 있다.

똑같은 얼굴이지만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수애의 빼어난 연기는 여기에 한몫을 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누어 보면 수애는 가난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여자 지숙과 부유하지만 마음의 결핍을 지닌 은하, 그리고 은하의 삶을 사는 지숙까지 세 사람을 연기한다. 표정과 눈빛, 목소리 톤, 분위기까지 완벽하게 구분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표현력이 뛰어나다. 드라마 '야왕', '아테나: 전쟁의 여신', 영화 '감기', '심야의 FM' 등 이전 출연작과의 연장선상에서 봤을 때 '가면'은 '수애표 스릴러'의 정수를 맛 볼 수 있는 완결판이 될 듯하다.

'후아유-학교 2015'는 서로 상반된 삶을 살던 쌍둥이 자매의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학교 현장의 부조리를 녹여내 기존과는 다른 '학교' 시리즈를 완성했다. 수학여행 중 갑작스럽게 사라진 은별(김소현)과 사고로 기억을 잃고 은별의 삶을 대신 살게 된 왕따소녀 은비 사이에 얽힌 미스터리는 극의 초반부를 이끌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은비 앞에 다시 나타난 왕따 가해자 소영(조수향)으로 인해 위기감이 또 한번 고조됐고, 죽은 줄 알았던 은별이 다시 돌아오면서 시청자들은 소름 돋는 역대급 반전을 경험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전개를 선보인 이 드라마는 스릴러의 쾌감까지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왕따 문제, 성적 지상주의, 계급간 차별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10대의 성장담에 버무려냈음에도 이 드라마가 길을 잃지 않은 건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제 몫을 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은별과 은비, 1인 2역을 맡은 김소현은 10대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든든히 책임지고 있다. 미스터리는 물론 섬세한 감정 연기와 풋풋한 멜로까지 소화하며 1인 2역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됐다. 역할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는 20대가 됐을 때 어떤 배우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게 만드는 기대주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