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둔 6월 중순, 타자들의 방망이가 조금씩 지쳐가는 시점이다.
그러나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를 그대로 받은 듯, 방망이를 뜨겁게 돌리는 선수들도 있다. SK 와이번스 이명기는 6월 들어 13경기에서 타율 4할8푼1리를 기록했다. 6월 월간 타율 1위다. 54타수 26안타를 때렸다. 6월 월간최다안타 1위도 이명기다. 두 타석 당 한 번씩 안타를 때려내는 페이스다.
17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명기는 3타수 2안타 2득점을 올리며 팀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멀티히트경기가 6월에만 8번째다. 시즌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이명기가 살아난 것은 지난달 말부터다. 5월 28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지난 13일 롯데전까지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기간 한 경기서 3안타 이상을 때린 것도 5번이다. 시즌 타율이 어느덧 3할3푼까지 올랐다.
14일 롯데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16일 한화전에서 3안타를 때린데 이어 이날도 득점과 연결되는 안타 2개를 만들어내며 페이스를 이어갔다. 이명기가 살아나면서 SK 타선은 많은 득점 기회를 맞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이명기가 1회와 7회 각각 중전안타와 좌전안타로 나가자 2번타자 김강민이 각각 2루타를 터뜨리며 그를 불러들였다. 이명기의 뒤를 김강민이 확실하게 책임진 경기였다.
김강민이 돌아온 것은 지난달 30일 넥센 히어로즈전이었다. 시범경기서 무릎 부상을 입고 두 달여간 재활에 매달린 김강민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있어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컨디션을 되찾았다. 이날 한화전에서는 5타수 4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복귀 이후 가장 높은 승리 공헌도를 뽐냈다. 전날 한화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1타점을 때린 김강민은 이틀 연속 뜨겁게 방망이를 돌렸다. 3회에는 한화 선발 유먼의 낮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2할대에 머물던 타율을 3할5리까지 끌어올렸다.
김강민은 얼마전까지 타순이 5번 또는 6번이었다. 김용희 감독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장타력과 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 타자가 2번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김강민이 딱 2번 타순에 어울린다며 기대를 했지만, 부상을 입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나 복귀 후 5번 또는 6번을 쳤던 김강민은 이날 한화전에서 2번 타자로 나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경기 후 김강민은 "최근 팀성적이 좋지 않아 타순에 상관없이 오늘은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졌으면 의미가 없을텐데 내가 잘 치는 날 팀이 이겨서 기쁘다"고 밝혔다.
SK는 6월 들어서도 타선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명기와 김강민이 맹활약을 펼쳐준 덕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이상적인' 테이블 세터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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