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요즘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2015시즌 초반에 선수들에게 상당 부분을 맡겼다. '나 몰라라'라 한 건 아니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믿고 조금 부진하더라도 해줄 것으로 보고 기다렸다. 그런데 LG가 5월에만 8승으로 고전했다. 당시 '팬심'은 양상문 감독에게 당장 이름값에 모자라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2군으로 보내라고 압박했다. 또 코치진에 변화를 주라고 했다. 양 감독은 "우리는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다. 코칭스태프 개편이나 외국인 선수 교체는 항상 부진할 때 꺼낼 수 있는 카드이지만 상황이 좀 그렇다"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 등이 신속하게 부진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거나 코치 보직 변경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했다.
그랬던 양 감독이 지난 14일 밤 결단을 내렸다. 1군 타격(노찬엽)과 작전(최태원) 불펜(박석진)에 변화를 주었다. 대신 서용빈(타격) 유지현(3루작전) 박종호(수비) 경헌호(불펜) 코치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었다.
LG는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무기력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양 감독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먼저 구단 고위층에 코칭스태프 개편을 요청했다. 양 감독이 내민 변화의 폭은 예상외로 컸다. 그는 "선택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 내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함께 시작한 1군 코칭스태프와 끝까지 같이 가지 못하게 된 걸 자책했다.
또 LG는 15일 3루 수비가 안 되는 한나한을 퇴출하고 새 외국인 야수 히메네스를 영입했다.
LG는 한달이 넘게 9위에 머물러 있다. 17일 현재 승률 5할에 마이너스 9승이다. 선두 삼성과는 승차 9.5게임이 난다. 8위 롯데와는 승차 3게임이고, 가을야구 마지노선 5위 한화와의 승차도 7게임이다.
양상문 감독은 아꼈던 첫번째 카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처럼 계속 9위로 굳어질 경우 올스타전 이후 승부를 걸어도 힘겹다. 올스타전 휴식기(7월 17~20일) 이전에 중위권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가을야구'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시즌 초반 5할 승률에 마이너스 16승까지 떨어졌던 LG는 기적 처럼 부활해 정규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었다. 그런 LG도 지금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렇지만 양상문 감독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경기에서 시즌 초반과 달리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지난 14일 한화전에선 경기 도중 주심에게 다가가 상대 선발 탈보트의 견제 동작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 경기에서 선발 투수 루카스가 갑자기 흔들리자 마운드에 직접 올라가 내야 수비수 전원을 집합시킨 후 작전을 지시하기도 했다. 수석코치나 투수코치에게 맡기지 않았다. 또 승부처에서 투입하는 대타자에게 직접 배팅의 포인트를 주문하기까지 했다.
LG는 최근 경기 작전에서도 시즌 초반과는 다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16일 잠실 KIA전 3-4로 뒤진 9회 마지막 공격, 1사 주자 1루에서 희생번트(백창수)를 선택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희생하더라도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놓고 상대 투수를 압박하는 전술을 선택했다. 박용택이 삼진을 당하면서 결국 그 작전은 통하지 않았다.
LG는 17일 잠실 KIA전에선 4회 무사 주자 1,2루에서 5번 이병규(등번호 7번)의 희생번트, 5회 문선재의 번트 안타로 5대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LG이 현재 팀 타율(0.258)과 팀 홈런(51개)은 나란히 8위. 팀 득점권 타율(0.238)은 최하위(10위)다. 현재 LG는 팀의 주축을 이뤘던 이진영 이병규(등번호 9번) 손주인 최경철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타격 지표가 좋을 수가 없다.
양 감독이 선수들에게 믿고 맡길 단계는 지났다. 벤치에서 마음씨 좋은 인자한 선배 감독의 풍모만으로는 안 된다. 지금 보다 더 독하게 승부를 걸어야만 선수들도 각성하고 더 승부에 집중할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