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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부드러운 윤 감독의 속은 바위처럼 단단하다. '외유내강' 덕장이다. 포항제철중 감독으로 일했고,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 남자 17세 이하 대표팀, 경남FC, 전남드래곤즈 수석코치를 두루 역임했다. 여자대표팀을 맡은 건 지난 2012년 12월부터다. 이후 2년 반동안 캐나다여자월드컵을 목표로 쉼없이 달렸다. 1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12년만에 사상 첫 16강의 꿈을 이룬 윤 감독을 19일 '다시 돌아온' 몬트리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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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답사 직후 윤 감독은 1승 상대로 스페인이 아닌 코스타리카를 떠올렸었다. "스페인의 경우 이냐시오 케데라 감독이 1988년부터 팀을 계속 맡아왔다. 지도자의 관점에서 오랜 기간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성장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팀적으로 더 잘 갖춰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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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입성한 몬트리올에서 윤덕여호는 1무1패했다. 브라질에게 0대2로 패했고, 사활을 걸었던 코스타리카전 후반 막판 실점하며 2대2로 비겼다. 다잡은 첫승을 놓친 후 벼랑끝에 몰렸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3차전 스페인전은 이겨야 사는 게임이었다. 윤 감독은 스페인전 직전 가장 고민한 부분이 '심리적 관성'이라고 했다. "멘탈코치인 윤영길 한체대 교수가 '심리적 관성'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뭔가 당하는 기분으로 마친 것, 스페인은 브라질전에서 지긴 했지만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패했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다음 경기까지 연결된다는 우려였다. 전반전에 그런 심리적인 흐름이이어지면 밀릴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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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반전은 '교체카드'에서 시작했다. 윤 감독은 "(김)혜리가 상황이 안좋았다. 햄스트링 부상이 있었다. 전반전부터 생각을 했지만 교체 타이밍을 일찍 가져가면 부담이 된다." 후반 시작과 함께 윤 감독은 김수연을 투입했고 이것이 '신의 한수'가 됐다. '심리적 관성'을 깨뜨렸다. 윤 감독은 정석을 추구하는 지도자다. 신중하다. 침착하다. 무리하지 않는다. 미국 스카이블루FC와의 연습경기에서 부상한 김수연의 교체 투입에 대해 "부상이 있었던 선수를 선발로 내기는 어렵다. 교체로 '변화'를 줘야 하는데 '변수'로 작용될 수도 있다. 교체가 잘못되면 마지막 기회에 준비한 걸 해보지도 못하고 끝낼 수도 있다. 스타팅보다 교체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체선수도, 교체 타이밍도 완벽했다. 후반 8분, 조소현의 헤딩 동점골에 이어, 김수연은 후반 33분, 짜릿한 '슈터링 역전골'로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첫승, 첫 16강 문을 활짝 열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기간 내내 '박은선 투입'을 놓고 고민했다.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전 직후 박은선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흘러나왔다. 윤 감독도 기사검색을 통해 알고 있다고 했다. "몸이 안좋은 선수를 내보낼 수는 없다. 내가 결정하고, 책임도 내가 진다. 준비가 안됐는데 내보내는 건 감독으로서 직무유기"라고 했다. "매일 은선이를 예의주시했다. 오늘은 어떤지 점검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주면서 정신적으로 준비하라고 주문했었다"고 했다. "어쨌든 선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나 코칭스태프다. 왜 안쓰는지 이야기가 나와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언론 문제도 이길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에서 보름 이상의 적응훈련을 거친 박은선을 마지막 스페인전에서 결국 선발투입했다. "은선이를 투입하면서 90분은 힘들다 생각했다. 전반 초반 발목을 밟혀서 절뚝이는데 가슴이 덜컹하더라. 버텨보는 데까지 해보자 생각했다"고 했다. "전반전에 상대 수비를 충분히 괴롭힌 후 후반전에 교체카드를 쓸 생각이었다. 은선이가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 최선을 다해 버텨줬다. 팀을 위해 해내려고 노력한 부분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3차전 투입에 대해 "배려 차원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아직 한경기도 못나간 선수들도 있다. 월드컵은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작년에 좋은 얘기를 했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이후로 '좋은 경험'하고 왔다고 얘기 못하겠더라"라며 하하 웃었다.
'선수 사랑'
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남녀축구가 환경도 많이 다르지만, 결과물을 찾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들을 했다. 우리 선수들은 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인다. 꾀 안부리고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이 나는 마음이 아프다. 졌을 때 그 비난을 내가 받으면 문제없지만, 우리 선수들이 받으면 정말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전 후 (전)가을이도 악플이 많이 달렸다고 들었다. 관심의 표명이라고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선수들은 여지껏 그런 관심을 접하지 못했다. 국제대회에 취재진이 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부분에서 쉽게 넘기지 못한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런 평가를 받으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캐나다여자월드컵대표팀은 남녀축구를 통틀어 "가장 열심히 뛰는 팀"이라고 자부했다. "헌신적으로 뛴다. 남자팀에도 여러차례 있어봤지만, 우리선수들의 '자세'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윤 감독에게 선수들에게 가장 심하게 화를 낸 기억을 물었다. 지난 3월 키프러스컵을 떠올렸다. 당시 심현숙 심서연 임선주 등 수비수들이 줄부상했다. 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꾸 다치니까 화가 났다. '부딪치면 우리도 더 세게 태클 들어가고, 좀 까지도 못하느냐'고 화를 버럭 냈다. 부모는 다똑같은 마음이다. 내 아이가 얻어터지고 오면 화난다"고 했다. "사실 우리 선수들이 모나거나 모질지 못하다. 순수하고 착하다"며 웃었다. 심하게 화낸 이유도 결국은 선수들을 향한 애정이었다. "다들 알아서 열심히 하고, 잘 하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나."
'믿음의 축구'
인터뷰 내내 윤 감독이 끊임없이 강조한 것은 '믿음'이다. 악플을 보지 못하게 스마트폰을 압수하면 어떠냐는 제안이 나오자 윤 감독은 손사래 쳤다. "난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했다. "선수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것저것 간섭하기 보다 운동장에서 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선수를 존중하고, 선수도 지도자를 잘 따를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도 그 부분은 변함이 없다. 남녀축구를 떠나서 믿음은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한번 신뢰가 깨지면 하나의 팀이 될 수 없다."
선수들에게 좀체 화를 내지않는 이유에 대해 윤 감독은 "선수이기 이전에 인격체다. 내겐 딸같은 선수들이다. 사랑스럽다. 잘못하고 그러면 꾸중할 수 있다. 지적하고 꾸중한다. 그렇지만 그걸 중요한 건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꾸짖음보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나면 받아들이는 자세에 분명 차이가 생긴다"고 했다.
몬트리올에 재입성한 윤덕여호의 도전은 계속된다. 22일 오전 5시 몬트리올올림픽스타디움에서 FIFA랭킹 3위 프랑스와 격돌한다. 8강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윤 감독의 대답은 또다시 '믿음'이었다. "믿어야죠, 우리 선수들 믿어야죠" 했다. 감독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말하자 윤 감독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저는 우리선수들이 믿어주겠죠. 내가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이 나를 믿고…. 그럼 되는 거죠."
스스로 생각할 때 본인은 어떤 지도자냐는 질문에 윤 감독은 "부족한 지도자"라고 했다. "선수들이 잘해주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있어 내가 있다. 우리 스태프들은 선수들을 서포트하고 도와주는 것뿐이다. 우리 선수들이 최고다." 양 엄지를 번쩍 치켜들었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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