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축구'와 '수비 축구'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2015년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은 윤정환 감독의 모토는 '지지 않는 축구'였다. 패배보다는 무승부, 나아가 승리가 더 낫다는 것이었다. 일본 J리그 사간 도스를 강팀으로 만든 비결은 탄탄한 수비와 뛰어난 측면 공격, 최전방에 버틴 도요다 요헤이라는 해결사의 존재였다. '철퇴축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파괴력 넘치는 플레이를 구사해 온 울산의 색깔과 완벽히 맞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모두가 울산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17경기를 치른 현재 울산은 승점 20을 얻는데 그치며 12팀 중 8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12경기서 얻은 승리는 단 1차례(6무5패) 뿐이다. 하지만 결과보다 내용이 더 논란을 일으켰다.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도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결국 동점골을 내주고 심지어 역전까지 내주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이쯤되자 '과연 지지 않는 축구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부임 첫 해 으레 겪는 시행착오라고 보기에는 실망감이 컸다. 매 시즌 '우승후보'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울산이기에 실망의 목소리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2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인천과의 17라운드 1대1 무승부는 결과보다 내용에 주목할 만한 승부였다. 전반 12분 유준수의 퇴장 뒤 수적 열세에 몰린 울산은 따르따라는 공격옵션을 빼고 정승현을 투입하며 수비 안정을 택했다. 그러나 수비라인을 내리는 패턴이 반복됐고 결국 후반 16분 인천 김진환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그러나 후반 33분 김신욱의 동점골이 터진 뒤 흐름은 180도 바뀌었다. 후반 추가시간까지 15분 동안 울산은 말 그대로 파상공세를 펼치며 인천 골문을 두들겼다. 빠른 패스 전개와 돌파, 위력적인 포스트플레이로 '철퇴의 추억'을 되살렸다. 비록 역전골에 닿지는 못했으나, 과정 만으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만했다.
윤 감독은 "동점골 이후 우리가 분위기를 잡으며 선수들의 전방 압박도 잘 이뤄졌다. 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전방으로 라인을 끌어 올리고자 했는데 잘 통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초반에 퇴장 선수가 나오며 굉장히 힘든 경기를 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줬다"며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무승부라는 결과를 낸 게 선수들 모두에게 하고자 하는 자신감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동점골의 주인공 김신욱은 "감독님이 측면 공격을 굉장히 강조하신다. 상대 수비진의 시선이 투톱 쪽에 몰리면 자연스럽게 측면에 공간이 열리고, 반대의 상황에선 투톱에게 찬스가 온다"며 "그동안 울산이 시행착오의 시기를 겪어왔지만, 선수들 모두가 준비하고 노력해온 만큼 이제부터 반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단 한 경기, 짧은 시간 안의 내용만 갖고 현재를 판단할 순 없다. 울산은 여전히 '약자'다. 그러나 인천전에서 얻은 실마리를 잡는다면 반전의 시기도 멀진 않아 보인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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