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마돈나'는 배우들의 호연으로도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해림(서영희)에게 미나(권소현)의 뒷조사를 시키는 상우 역의 김영민은 눈에 띄는 연기로 관심을 얻고 있다. 이미 연극계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김영민은 '마돈나'를 좀 더 충격적인 영화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영민이 연기한 상우는 돈과 권력을 가진, 나쁜 갑(甲)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상우가 나쁜 역이긴 하죠. 두 여자의 인생을 휘어잡는 역할이니까요.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는 상우 캐릭터보다는 작품 전체를 보게되더라고요. 그런데 읽고 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게 뭐지 했어요. 보통은 시나리오를 볼 때 분석을 하면서도 보니까 그런 경우가 드문데 말이에요. 그런 대본의 힘을 믿었어요.
악역이지만 의미없는 캐릭터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냥 나쁜 놈의 모습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표현한 거죠. 감독님과 그런 인간적인 면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하나하나씩 잡아갔던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상우 캐릭터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죠."
그렇게 만든 '마돈나'를 들고 칸에 갔을 때는 외신 기자들의 평가에 놀라기도 했다. "외신 기자분들이 정말 영화를 디테일하게 보시더라고요. '어느 장면은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고 슬프다'라면서 구체적으로 말하시는데 깜짝 놀랐어요. '주목할만한 시선' 관계자분은 저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당신만 나오면 너무 화가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칭찬이잖아요. 정말 기분 좋았죠.(웃음) 그 분들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용기있게 이야기했다는 면에서 좋게 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칸의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평가를 가감없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 야유를 보낼 때도 있대요. 그래서 걱정을 좀 했는데 주변에서 기립박수까지 쳐주시니까 기뼜죠."
신수원 감독과는 첫 인연이었다. "김기덕 감독님의 '일대일'에 출연했는데 그 시사회 때 신 감독님을 처음 보게 됐어요. 연락처를 주고 받긴 했었는데 연락을 주시려나 했죠. 그런데 정말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기뻤죠. 나중에 말씀을 들으니 제가 악한 이미지와 선한 이미지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신 감독의 평가처럼 김영민이라는 배우는 평범한 배우는 아니다. "연극을 오래해서 그런지 에너지 있는 역할에 더 많이 캐스팅되는 것 같아요. 한 인간을 보통과는 다르게 표현하는 캐릭터들을 많이 해왔어요. 연극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매력있는 장르죠. 영화는 현장에서 살아움직이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연극 공연을 마쳤는데 영화든 연극이든 좋은 작품으로 인사 드리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