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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패배속에 얻은 소득, 루키 김민우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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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속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또 좌절의 과정 속에도 분명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 한화 이글스의 2015년 후반레이스 첫 패배는 뼈아팠다. 그러나 그 패배의 과정에는 미래에 대한 투자도 담겨 있었다. 루키 김민우가 모처럼 실전에 모습을 드러냈고, 나름의 자신감을 얻었다.

1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는 원정을 맞이해 KIA전 4연승을 기록하고 있던 유먼을 내세우는 등 필승을 위한 전략을 내세웠다. 물론 야수진은 부상 등으로 상당히 약화된 상태인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면에 관해 약한 말을 하는 건 김성근 감독 스타일이 아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없으니 오히려 선발 라인업을 쉽게 짰다"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경기가 시작되자 한화는 힘에서부터 KIA에 밀렸다. 1회에 신종길과 이범호에게 홈런을 맞으며 장타력에서 일단 기선을 제압당했다. 5회말에는 안타 하나없이 김주찬에게 사구-와일드피치-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허용했다. 결국 한화는 이날 1대6으로 무릎을 꿇었다.

진 경기는 되돌릴 수 없다. 특히나 1일 KIA전은 여타의 외부요인이 아닌 힘과 힘의 대결에서 밀렸던 것이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런 패배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경기들은 역설적으로 팀에 교훈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완벽히 졌는가'를 분석하면 앞으로 그런 식의 패배를 피할 수 있는 노하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실패 과정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부분들이 있다. '적어도 이런건 잘됐다'같은 면이다. 이건 해당 플레이를 했던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자존감을 부여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기량 발전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이날 한화의 8회말 수비는 눈여겨볼 만 하다. 특히 당시 마운드를 지킨 '루키' 김민우는 훌륭했다.

앞서 선발 유먼은 홈런 2개를 맞으며 4이닝 만에 3실점을 하고 강판됐다. 뒤를 이은 좌완 김기현도 1⅓이닝 동안 2실점했다. 그러나 뒤를 이은 박정진-정대훈-김민우는 나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정대훈-김민우가 좋았다. 박정진은 6회에 선행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며 이른바 '분식회계'를 했기 때문.

특히나 김민우의 1이닝 무실점은 의미가 있다. 사실 김민우는 시즌 초반에 비해 최근 등판 기회가 무척이나 적었다. 구속이 예상보다 나오지 않아 스스로 자신감이 하락했고, 그로 인해 등판 기회도 좀처럼 얻을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이렇게 승패 흐름이 사실상 넘어간 경기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분명히 있다. 김성근 감독도 그런 이유를 감안해 이날 8회말 수비 때 김민우를 올린 것이다.

일단 결과는 성공적이다. 김민우는 지난 5월31일 울산 롯데전 이후 한 달여만의 등판에서 그래도 의미있는 투구를 했다. 1이닝 동안 13개의 공을 던지며 삼진 1개를 포함해 퍼펙트 피칭을 한 것. 그간 김민우는 늘 "오늘은 좀 경기에 나가고 싶어요"라며 출전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목마름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모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 김민우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 하다. 한화도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얻으려면 김민우와 같은 투수들의 힘이 중요하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