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수비수 김광석(32)에게 8일 제주전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됐다.
'3분 3실점'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포항 수비라인은 후반 5분 윤빛가람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급격히 무너졌다. 6분 송진형, 7분 로페즈에게 잇달아 실점했다. 그 중심에 김광석이 있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상대에게 잇달아 돌파를 내줬다. 볼처리도 평상시와 달랐다.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서 상대 압박에 고전했다. 벤치에서 김광석을 바라보는 황선홍 포항 감독의 속은 타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에도 김광석은 한 차례 부진의 시기를 겪은 바 있다. 후반기부터 볼처리 문제로 적잖이 속을 썩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 클래식 일정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때문에 제주전에서 드러난 김광석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사실 김광석이 올 시즌 그라운드에 선 것은 고작 한 달 반 밖에 지나지 않았다. 터키 전지훈련 당시 부상하면서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5월 17일 광주전부터 8일 제주전까지 11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을 기록하면서 감각을 살리고 있지만, 시즌 초부터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해 온 상대 선수들과의 맞대결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김광석은 포항 수비진의 중심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참 늦은 고1 때 축구에 입문, 피나는 노력으로 프로무대를 밟았다. 2003년 포항 입단 뒤 상무 시절을 거쳐 선발과 백업을 오가다 2011년 황 감독 체제가 들어선 뒤 풀타임 주전으로 발돋움 했다. 기량 뿐만 아니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황 감독은 "우리 팀 수비의 중심은 김광석"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정도다.
올 시즌 포항 수비라인의 흔들림이 계속되고 있다. 신광훈 박희철의 군입대로 측면 로테이션이 사실상 무너졌다. 센터백 자리에선 붙박이 주전이었던 김원일이 배슬기와 치열한 주전경쟁 중이다. 부상 복귀 후 포백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김광석의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 김광석이 살아나야 포항 수비라인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90분의 그라운드가 완벽할 수는 없다. 실수는 다가올 발걸음에 더 힘을 싣는 약이 되기도 한다. 제주전에서의 부진은 지난 11경기 동안 쉼없이 달려온 김광석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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