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과 결과 모두 완벽한 패배였다. 어떠한 비판도 달게 받겠다.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겠다. 잘 준비해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44)의 아픔이었다.
"시나리오대로 잘 됐다. 빨리 이 순간을 잊어야 하지만 대응 방법은 많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이미 정리는 마쳤다고 본다."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7)의 환희였다.
열흘 전 두 팀 사령탑의 명암이었다. '죽음의 2연전', 첫 단추는 뀄다. 포항의 낙승이었다. 포항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1로 완승했다. 3월 22일 올 시즌 첫 만남에서 2대1로 승리한 데 이어 2연승을 질주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개가 하나 더 남았다. 패하면 끝인 FA컵, 그야말로 진검승부다. 무대는 다시 상암벌이다. 서울과 포항이 22일 오후 7시 30분 FA컵을 8강전을 치른다. 전후반 90분 동안 희비가 엇갈리지 않으면 30분 연장 승부를 펼쳐야 한다. 연장전에도 무승부를 기록하면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시계는 지난해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황새'가 '독수리'에게 한 을 품게 된 첫 무대가 FA컵이었다. 두 팀은 16강전에 만났다. 120분 연장 혈투 끝에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대세가 갈렸다. 서울이 4-2로 승리했다. FA컵에서 기선제압한 서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에서도 포항을 제압했다. 그 기세는 K리그 최종전까지 이어졌다. 서울이 기적적으로 포항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를 차지하며 마지막 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FA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없는 무대다. 두 팀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이제 8강→4강→결승전, 3경기만 더 승리하면 우승이다. FA컵 우승팀에는 ACL 티켓이 돌아간다. 1년 동안 땀을 쏟아야 하는 정규리그보다 더 큰 매력이 있다.
두 팀 모두 전열을 재정비했다. 22라운드 후 K리그는 올스타전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FA컵은 올스타전 후 처음 오르는 무대다. 황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머릿속에 FC서울 밖에 없다"고 했다. 여전히 갚아줘야 할 빚이 남았다며 벼르고 있다. 포항의 '복수 분위기'도 살벌하다. 통상 원정경기는 경기 하루 전 격전지에 입성한다. 포항은 경기도 가평 전지훈련을 거쳐 이틀 전인 20일 서울에 도착, 담금질에 돌입했다.
서울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최 감독도 2연패에 자존심이 상했다. 특히 11일 안방에서 당한 완패는 지울 수 없다. 황 감독의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도 '눈엣가시'다. 선수들도 정신 재무장을 다짐하고 있다. 서울은 야간 홈 경기를 앞두고 '1일 합숙'이 사라졌지만 포항전을 앞두고 부활했다. 포항전에 올 시즌 운명을 걸었다. 서울은 고명진의 이적으로 중원에 공백이 생겼지만, 새롭게 수혈한 '아시아 쿼터' 다카하기 요지로가 K리그에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이 다시 열렸다. FA컵은 정규리그와는 다르다. 무승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독수리'와 '황새', 한 명은 추락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