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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는 일찌감치 영역을 나누고 싸움을 벌이던 두 장수가 있었는데, 한국방송파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서울방송파의 '아빠를 부탁해'였다. 이들이 방심한 틈을 타 등장한 '복면가왕'은 그야말로 '복병'이었다. '복면가왕'은 마치 변검이라도 보여주듯이, 매번 화려한 가면에 수상한 이름을 지닌 자들을 내보냈다. 이들의 알쏭달쏭한 정체로 궁금증을 자극하고, 듣기 좋은 노래로 귀를 현혹해 상대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의 무공은 가벼이 볼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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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목소리를 바꾸는 '변성술'이었다. 가면 쓴 자들은 얼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목소리까지 바꾸는 신공을 선보였다. '복면가왕'은 승부보다는 과정에 무게를 두는 음악 예능. 출연자들도 우승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정체를 숨기고 함께 무대를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목소리가 많이 알려진 가수들의 경우에는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곡조에 도전하거나 음색을 바꿔 부르니, 정체를 알고 봐도 놀랍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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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무림의 고수로 급부상한 '복면가왕'은 사실 이름없는 떠돌이 무사였다. '복면가왕'은 일찍이 박원우, 안영란, 문아름이라는 세 작가들이 의기투합해 기획했는데,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선뜻 영입하는 문파가 없어 3년을 표류했다고 한다. 이때 '복면가왕'의 진가를 알아보고 작가들을 지금의 민철기 PD와 연결시켜 준 이가 있으니, 붐이라는 자였다. 박 작가는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붐의 연결로 우연한 기회에 MBC에서 파일럿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여러 코미디와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민철기 PD가 우리의 편이 돼 주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코믹 감성과 화려한 쇼 연출이 어우러져 오늘의 '복면가왕'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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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획이 좋고 연출이 좋아도 출연진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없는 법. '복면가왕'은 지금껏 5명의 가왕을 탄생시켰다. 파일럿 방송의 솔지(자체검열 모자이크)를 비롯해 1~2대 가왕 루나(황금락카 두통썼네), 3대 가왕 진주(딸랑딸랑 종달새), 4~7대 가왕 김연우(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노래왕 퉁키 등, 아이돌부터 베테랑 가수까지 그 면면이 다양하다. 활동 분야나 인지도에 상관없이 누구든 목소리 하나로 왕좌를 차지할 수 있으니, 노래 좀 한다하는 이들이 '복면가왕'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겠다.
이렇듯 살펴보니 '복면가왕'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혜성이 아니라, 오랫동안 때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솟아난 화산이다. 3년을 숨죽여 기다려 온 복면무사가 때를 만나 불길을 뿜어내니, 운증용변(영웅호걸이 기회를 얻어 일어남)이라 할 만하다. 특히 '복면가왕'의 얼굴은 아직까지 다 드러나지 않았기에, 복면 안에 또 어떤 매력을 감추고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여담이지만, '복면가왕'은 오는 9월3일 생중계되는 제42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연예오락TV 부문 작품상을 받는다 한다.시상식에는 보통 메인 연출자가 나와 상을 받아 가는데, 민 PD가 이 때문에 뜻하지 않게 고민에 빠졌다는 소문이다. '복면가왕' 제작발표회 당시 패널인 김구라가 "시청률 20%를 넘으면 PD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걸었기 때문.(현재 자체 최고 시청률은 16.3%,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상식 때까지 시청률이 20%를 넘어설지는 또 모를 일이나, 현재로선 민 PD가 시상식에서 얼굴을 드러낼지도 은근히 시선이 모아지는 대목이다.(계속)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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