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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끝난 최진행, 땀으로 마음의 빚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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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진행(30)이 이번주 돌아온다. 지난 5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스타노조롤이 검출됐다. 구단 자체 징계로 벌금 2000만원, 6월25일 기준으로 3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8일 롯데-한화전이 마지막 30경기였다. 최진행은 9일 화성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2군)에서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조속히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9일 "죗값을 치렀으니 죄인으로 몰아가면 안된다. 죗값을 치러도 분위기상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제자가 받을 심적인 고난을 걱정했다. 사령탑으로선 당연한 얘기고, 틀린 얘기도 아니다. 김 감독은 비난의 정도를 언급한 것이다. 최진행은 벌을 다 받았기에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의 마음도 예전과 같을까?

최진행을 좋아했던 팬들은 실망이 컸을 것이다. 타팀 팬으로 최진행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팬도 프로야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 최진행의 행동에 화가 났을 것이다. 이들의 마음 속 앙금까지 30경기 출전정지와 함께 사라졌을까. 누군가 '지금부터 없애라'고 한다고 해서 물거품처럼 톡톡 흩어질 것도 아니다. 팬들 마음에 '이제 이만하면 됐다'며 극적인 누그러짐이 생긴다면 모를까. 최진행이 고의로 금지약물이 포함된 운동보조제를 먹었는지 여부는 알길이 없다. 고의였든 부주의였든 금지약물에 대한 제재는 엄격하다. 이는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스포츠에서 순수함이 훼손되면 그 존립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최진행은 각고의 노력을 해야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더 모범적인 선수생활로 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청산해야 한다. '약진행'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팬들을 향해 '너무한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손가락질 하는 팬들 사이에 '잘못했지만 그래도 용서한다'며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분명 존재한다. 오히려 감사해야할 상황이다. 비난보다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프로야구 선수, 공인이라면 이 정도는 감내함이 옳다.

최진행이 죗값을 다 치렀다고는 하나 현재 건립중인 한국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가능성은 예전에 비해 100분의 1로 줄었다고 봐야 한다. 최진행이 약물파동을 겪지 않고 정상적으로 선수생활을 마쳤을 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가능성을 대략 100분의 1(명예의 전당 헌액인원은 현역선수의 100분의 1도 안된다)이라고 한다면 이 제 그 확률은 1만분의 1이 된 셈이다. 이미 선수가 지녀야할 존귀한 가치 중 하나가 크게 손상됐다.

모두가 인정하는 멋진 선수, 감동을 선사하는 팀의 일원,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선수. 앞으로 10년, 15년, 최진행이 땀으로 귀한 가치를 만든다면 미래 명예의 전당 투표자들은 비로소 고민할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