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발 허준혁은 한마디로 완벽했다.
허준혁은 21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했다.
별다른 위기가 없었다. 7회까지 단 1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3루까지 진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LG 타선을 완전히 봉쇄했다.
1, 2회 삼자범퇴로 막은 허준혁은 3회 2사 이후 손주인에게 첫 안타를 내줬다. 손주인의 도루로 2사 2루. 하지만 임 훈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4회에도 삼자범퇴로 막은 허준혁은 5회 2사 이후 서상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그러나 유강남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6회 역시 1사 이후 임 훈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오지환을 삼진, 박용택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7회에는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양석환과 최은성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더욱 위력적인 투구를 보였다.
이날 잡은 8개의 탈삼진은 한 경기 개인 최다기록이다.
그는 올 시즌 두산에서 발굴한 좌완 선발이다. 더스틴 니퍼트의 부상 이탈과 유네스키 마야의 잇단 부진 속 퇴출. 결국 두산은 5선발이 필요했다. 한용덕 이상훈 투수 코치의 강력한 추천으로 2군에 있던 허준혁은 깜짝 선발로 발탁, 호투를 거듭하고 있다. 당시 두산 김태형 감독은 "허준혁은 올 시즌 전력에서 없었던 선수인데, 매우 안정감있는 피칭을 한다"고 했다.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를 넘지 않는다. 130㎞ 후반대에서 형성된다. 팀동료 유희관보다 빠르지만, 구속 자체는 느린 편이다.
유희관과 비슷해 보이지만, 투구 내용은 많이 다르다. 제구력 자체가 매우 안정적이다. 게다가 패스트볼과 서클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 폼 자체가 똑같다.이 부분은 유희관과 비슷하다.
하지만 변화구의 구성이 많이 다르다. 그의 변화구는 매우 완성도가 높다. 슬라이더와 커브, 그리고 서클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세 가지 구종 모두 실전에서 매우 위력적일 정도로 손끝 감각이 발달해 있다.
때로는 포크볼도 사용한다. 완성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타자들의 선택의 많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서클 체인지업과 포크볼을 동시에 던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유희관 역시 포크볼을 익히기 위해 2년 동안 시도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쓰기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이유가 있다. 서클 체인지업은 쓸어던진다는 느낌, 반면 포크볼은 찍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즉, 투구 메커니즘 자체가 유연하지 않으면 이 감각을 번갈아 사용하기 쉽지 않은 대척점에 있는 구종이다. 동시에 사용하면, 투구밸런스가 흐트러질 부작용이 매우 많은 두 구종이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포크볼은 세 손가락, 서클 체인지업은 다섯 손가락의 감각이 모두 필요하다. 허준혁의 경우 이런 손끝 감각이 타고났다"고 말했다. 즉, 손끝 감각으로만 보면 유희관보다 더 나은 부분이 있는 허준혁이다.
궤적이 다른 4가지의 변화구 때문에 타자들은 타석에서 더욱 많은 선택지를 강요받는다. 허준혁의 컨트롤 자체가 안정적인데다, 커브를 활용한 강약 조절이 뛰어나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타자는 말릴 수 밖에 없다.
이날 LG는 양석환 최은성 서상우 유강남 등 신예들이 대거 포진했다. 허준혁은 때로는 커브, 때로는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삼으면서 자유자재로 요리했다.
마지막이 좀 아쉽긴 했다. 8회 허준혁은 선두타자 대타 정성훈에게 중전안타를 내줬다. 두산은 결국 이현승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손주인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줬다. 허준혁의 무실점은 깨졌고, 1-1 동점이 되면서 승리투수 요건도 날아갔다.
하지만 허준혁의 이날 피칭은 매우 강렬했다. 이제는 확실히 두산 선발진의 핵심이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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