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홉수를 넘었다. 감격의 승리였다.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시즌 10승 고지를 정복했다. 린드블럼은 21일 부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8이닝동안 역투하며 팀의 9대1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10승째(7패). 지난 6월26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번째 승리를 따낸 후 8경기 동안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린드블럼인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10승 투수 자격증을 갖게 됐다.
정말 안타까웠다. 린드블럼이 못던져 승리가 없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유독 린드블럼이 나서는 날 팀 타선이 침묵했다. 지난 8경기 중 패전은 딱 두 차례 뿐이었다. 1회 타구에 손을 맞은 7월15일 한화 이글스전을 빼고는 모두 6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그 중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가 무려 6번이었다.
보통 외국인 선수였다면 안그래도 무더운 여름철 짜증이 치밀었을 것이다. 해외 리그에서 개인 승수가 향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자신은 죽을 힘을 다해 던져도 이기질 못하니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랐다. 항상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자신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고 해도 팀만 이길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보였다. 단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개인 승리가 날아간 후, 팀이 승리를 하면 마치 10년동안 롯데에서 뛴 것 처럼,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 처럼 기뻐했다. 이 표정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래서 이종운 감독도, 팀 동료들도 린드블럼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높다.
KIA전만큼은 동료들이 린드블럼을 도왔다. 3회 짐 아두치의 투런포, 4회 최준석의 스리런포로 일찌감치 롯데가 기선을 제압했다. 이로 인해 린드블럼도 비교적 편안하게 투구를 했다. 6회 2사 상황서 신종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중이었다. 대기록 달성을 실패한 것이 아쉬웠을 정도의 완벽한 투구였다.
8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 그렇게 린드블럼의 10승 경기가 완성됐다. 평소보다 몇 배 귀한 승리이기도 했다. 롯데는 이날 KIA를 꺾으며 3연승 신바람을 달렸다. 여기에 5위 KIA를 잡으며 승차를 3.5경기로 줄여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더 크게 부풀릴 수 있게 됐다. 가장 중요한 건 동료들이 린드블럼을 위해 뭉쳤다는 점이다. 모든 타자들이 타석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렇게 하나로 뭉치는 힘이 향후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린드블럼 개인도 아홉수에 대한 부담을 털고 다음 경기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