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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살림꾼'이슬찬"4가지 꿈 이룬 올해,남은 건 상위스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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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부산 원정, '전남 살림꾼' 이슬찬은 냉온탕을 오갔다. 강등권 탈출을 노리는 부산의 공세는 매서웠다. 전반 3분, 전남 방대종이 엔드라인에서 클리어링한 볼이 이슬찬 앞에 떨어졌다.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볼을 부산 미드필더 전성찬이 재빨리 가로채 문전에 자리잡은 정석화에게 올려줬다. 뼈아픈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슬찬은 실수를 겸허히 돌아봤다. "볼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생각했는데, 리플레이를 보니 별거 아닌 상황에서 내가 대처를 잘못했다. 100% 내 실수다."

전반 12분, 스테보가 박스안에서 치열하게 볼을 다투던 상황, 오른쪽 사이드백 이슬찬이 번개처럼 박스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볼을 가로챈 이슬찬과 부산 센터백 김종혁이 부딪쳤다.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페널티킥이었다. '키커' 스테보가 침착하게 동점골을 밀어넣었다. 이슬찬이 '절친 선배' 이종호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왠지 볼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조용히 뛰어들어갔는데 부산 수비가 날 못 봤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실수를 만회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이슬찬의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전남이, 이슬찬의 수훈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부산과 전남은 1대1로 비겼다.

1993년생 전남유스 출신 이슬찬은 올시즌 노상래 감독의 '페르소나'다. 2012년 데뷔한 후 3시즌동안 8경기 출전에 그쳤던 이슬찬은 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날 부산전까지 올시즌 15경기에 나섰다. 처음엔 '히든카드'였다가 이젠 '믿고 쓰는 카드'로 자리잡았다. 준비된 선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피드와 체력, 투혼이 필요한 경기에는 어김없이 이슬찬이 나섰다. 좌우 측면 수비수, 위 아래 미드필더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 서든 소임을 다했다. 4월26일 전북전, 프로 입단 후 첫 홈경기 선발로 나서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7월23일 대전전에선 교체로 투입돼 중앙 미드필더 미션을 완수하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올시즌 2번의 포항전에선 심동운, 고무열 등 공격라인을 무실점으로 묶어냈다. 지난 23일 전남 원정에 나선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남 출신 심동운의 조커 투입 이유를 묻자 "지난번 맞대결에서 이슬찬이 심동운을 너무 잘 막아서"라고 답했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프랑스, 튀니지와의 평가전 이후 영리하고 성실한 오른쪽 수비수 이슬찬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감독들이 알아보는 선수가 됐다. 노 감독은 "똘망지다. 감독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안다. 어디에 세우든 제몫을 하는 선수"라며 애정을 표했다.

이슬찬은 지난 1월 태국 동계훈련 때 일기장에 새시즌 4가지 목표를 썼다. '시즌 10경기 이상 뛰기, 홈에서 선발로 뛰기, 올림픽대표팀 선발, 부상으로 한달 이상 쉬지 않기.'특히 홈경기 선발의 꿈은 간절했다. 전남 유스 출신 이슬찬은 어린 시절부터 광양전용구장에서 프로의 꿈을 키웠다. "엄청 뛰고 싶었다. 팬들에게 사인볼 차주는 거, 에스코트 꼬맹이들하고 단체사진 찍는 걸 정말 해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올시즌 4가지 꿈이 꿈처럼 이뤄졌다. "지난 3년간 꿈꾸지 못했던 것을 이제 꿈꿀 수 있게 됐다. 올해 초 목표를 쓸 때만 해도 '10경기는 너무 많나?' '꿈이 너무 크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달성되고 보니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프로 4년차에 목표 4가지를 모두 이룬 이슬찬에게 남은 건 이제 팀 목표다. 전남의 올시즌 목표는 사상 첫 상위 스플릿 진출과 FA컵 우승이다. '팀플레이어' 이슬찬은 "팀이 가장 중요하다. 남은 5경기에서 쉬운 팀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간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우리만의 장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상위 스플릿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님과 형들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5경기 무승(3무2패) 속에 스스로를 돌아봤다. "휴식기 동안 준비를 잘하겠다. 부산전같은 실수는 절대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전 후 '(김)병지 삼촌'이 남은 5경기에서 무조건 승점 9점을 따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3승'이든, '2승3무'든 '승점 9'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다. 올해는 꼭 상위 스플릿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