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사나이'. 이승엽(삼성)의 별명 중 하나다. 유난히 8회에 극적인 한 방이 많아 자연스럽게 따라 붙은 표현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일본과의 3,4위 결정전. 이승엽은 0-0이던 8회 2사 1,3루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려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번에도 일본과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1-2로 뒤지던 8회 이시이를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 이승엽은 다시 한 번 8회에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다. 그 스스로도 "8회엔 유난히 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8회 유독 강한 건 이승엽뿐만이 아니다. 그의 소속팀 삼성도 8회만 되면 승부를 뒤집는 장면을 잇따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일 창원에서 열린 2위 NC와의 원정 경기. 7회까지 2-3으로 끌려가던 삼성은 8회 상대 마무리 임창민을 두들겨 2점을 뽑아내며 리드를 가져왔다. 6-3으로 앞선 9회말 이종욱에게 뼈아픈 3점포를 허용하며 연장 승부를 했지만, 시종일관 끌려가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주도권을 잡은 건 '약속'의 8회였다.
통상 8회에는 상대 불펜진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공을 뿌리는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른다. 셋업맨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마무리 투수 못지 않은 구위와 배짱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리드를 하고 있든, 끌려가든, 8회에 극강의 타율을 보이고 있다. 이승엽이 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으며, 다른 선수들도 덩달아 힘을 내는 모양새다.
1일 현재 삼성 타선의 이닝별 타율을 보면 1회 2할8푼4리, 2회 2할7푼4리다. 타순이 한 바퀴 돌기 시작하는 3회가 되면 3할2푼2리로 급상승하고 4회 3할1푼7리, 5회에는 3할1푼4리다. 이후 상대가 본격적으로 불펜을 가동하는 클리닝 타임이 끝나면 타율이 다시 떨어진다. 6회 2할7푼6리, 7회에는 정확히 3할이다. 하지만 8회에만 돌입하면 3개의 아웃카운트를 먹는 동안 타자들의 3할2푼9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9회 2할6푼7리와는 엄청난 차이다.
결국 올해도 3할이 넘는 팀 타율(0.301)을 기록 중인 삼성 타선의 힘은 8회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99타점을 8회에 쓸어 담았으며 7회까지 뒤지던 경기를 7번이나 뒤집은 원동력도 막강한 8회 공격력에 있다. 선수별로 봐도 이승엽(0.474) 구자욱(0.444) 이지영(0.421) 채태인(0.419) 등 무려 4명에 타자가 8회에 4할 이상의 타율을 올리고 있다. 박해민(0.340) 박한이(0.333) 박석민(0.324) 최형우(0.311) 등 8회 타율이 3할을 넘는다. 현재 이승엽과 구자욱의 8회 타율은 리그 전체 야수 중 각각 1,2위다.
'사자군단'은 지난해에도 유난히 8회에 강했는데, 류중일 삼성 감독은 "내가 봐도 참 신기한 일이다. 우째(어떻게) 8회만 되면 점수를 내노"라며 "그래서인지 8회가 되면 지들끼리(자기들끼리) 8회다 8회다 칸다니까(한다니까). 선수들이 팬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하나보다"고 껄껄 웃은 바 있다.
창원=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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