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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정의윤, 2011년 박병호를 닮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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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4번타자로 자리잡은 정의윤의 방망이가 시즌 막바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7월 24일 LG 트윈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SK에 둥지를 튼 정의윤이 이처럼 맹활약을 펼치리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SK에는 이미 최 정, 이재원, 브라운, 김강민, 박정권 등 중심타선을 이끄는 타자들이 즐비했던 터. SK는 정의윤이 대타 요원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의윤의 방망이는 심상치 않았다. 이적 후 첫 홈런을 때린 경기는 지난 7월 30일 광주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였다. 당시 KIA 선발 김병현을 상대로 좌월 3점포를 터뜨리며 이적 후 첫 대포이자 올시즌 첫 홈런을 기록했다. 8월 들어 김용희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으며 붙박이 4번타자로 출전해 꾸준한 타격감을 이어가다 9월 이후에는 폭발적인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정의윤은 17일 대구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회초 상대 선발 정인욱의 바깥쪽 141㎞짜리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정의윤은 SK로 팀을 옮긴 이후 45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9월 들어서는 홈런을 치는 빈도가 높아졌다. 이날 삼성전까지 9월 15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9월 홈런 순위서 8개를 날린 삼성 나바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찬스에서 타점을 올리는 클러치 능력도 탁월하다. 9월에 올린 14타점은 전체 타자중 공동 6위에 해당한다.

정의윤의 후반기 맹활약을 지켜보면 지금은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로 군림중인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연상된다. 박병호는 올해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인 56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박병호는 LG 소속이었던 지난 2011년 7월 31일 투수 심수창과 함께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넥센이 박병호를 데려온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그해 넥센은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아 여름을 넘기면서 리빌딩을 계획하고 있었다. 당시 넥센의 중심타자는 강정호, 김민우, 유한준, 그리고 외국인타자 알드리지 정도였다. 당장 홈런 30개를 때릴 수 있는 거포를 키우겠다는 것이 넥센의 계획이었다.

박병호는 그해 넥센으로 이적하자마자 4번타자를 꿰차더니 시즌 종료까지 51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12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그해 후반기 홈런 순위서 박병호는 SK 안치용, KIA 나지완과 함께 공동 1위였다. 넥센의 기대감을 더욱 드높인 박병호가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할 거라는 예상은 현실이 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올랐고, 지금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관찰하는 '거물'의 위치가 섰다.

올시즌 후반기 정의윤의 활약상은 2011년 박병호의 그것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 닮은 점도 많다. 둘은 2005년 LG 입단 동기다. 박병호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을 받았고, 부산고를 나온 정의윤은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서 지명됐다. 둘 모두 뛰어난 파워와 성실한 자세로 LG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평가받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팀을 옮기는 신세가 됐다.

지금 SK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4년전 박병호를 품었던 넥센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시즌 내내 타선 침묵으로 고전했던 SK는 9월 들어 정의윤을 4번타자로 앉히면서 폭발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정의윤의 방망이에 포스트시즌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의윤은 올해가 아니라 내년 이후가 더 기대된다. 중심타선에서 주전자리를 잡은 만큼 자신감이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SK 프런트와 스태프도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계획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