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의 등판이 결정됐을 때부터 양팀 사이엔 불꽃이 튀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양현종과 SK 김광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27살 동갑내기, 메이저리그 포스팅 신청, 국내 유턴까지. 절친인 둘은 지금까지 4번 맞붙었다. 이전까지 결과는 김광현의 완승이었다. 김광현은 2승1패에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했고, 양현종은 승리없이 2패만을 안은채 평균자책점은 무려 8.40이었다. 지난해 맞대결에서도 양현종은 6.1이닝 7실점으로 무릎 꿇었고, 김광현은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겨갔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이날 두 팀의 운명을 건 한판승부. 둘은 팀 동료들과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끝내 양현종이 웃었다. 양현종은 6이닝 동안 6탈삼진 3안타 무실점으로 14승째(6패)를 달성했다. 김광현은 5.1이닝 4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양현종은 타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김주찬(1홈런)과 필(2홈런)의 장타도 있었고, 야수들의 집중타도 나왔다. 김광현은 팀타선의 침묵과 함께 수비실책까지 쏟아지며 점점 수렁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의 직구가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압도한 하루였다. 양현종은 최고 145㎞의 직구를 적재적소에 꽂아넣었다. 강력한 직구 위력을 앞세워 체인지업 활용도를 극대화시켰다. 양현종은 직구 40개, 슬라이더 16개(최고 130㎞), 체인지업 19개(최고 131㎞), 커브 2개(최고 109㎞)를 던졌다.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직구는 35개(최고 148㎞)에 불과했고, 슬라이더를 52개(최고 140㎞, 최저 120㎞)나 구사했다. 슬라이더에 스피드 변화를 줘가며 이를 통해 카운트도 잡고, 승부구로도 활용했다. 하지만 KIA타자들은 참을성 있게 김광현의 볼을 기다렸다. 김광현은 제구력이 살짝 살짝 빗나가자 자신의 템포대로 타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찬스는 KIA쪽에 계속 만들어졌다.
양현종은 경기후 "무조건 연패를 끊는다는 생각 뿐이었다. 오늘 직구의 위력이 좋아 자신있는 투구를 할 수 있었고, 포수 백용환의 리드 또한 좋았다. 6회를 마치고 일찍 내려온 것은 최근 컨디션이 좋지않은 부분도 있었고, 앞으로의 경기도 중요하기에 다음을 준비하는 차원이었다. 활발한 공격으로 편하게 볼을 던질 수 있게 해준 야수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KIA는 이날 양현종의 호투를 앞세워 7대0 완승을 거두며 다시한번 5위 싸움(KIA는 5위 롯데에 반게임차 뒤진 7위)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날 패배하면 SK에 2.5게임차로 벌어져 5위가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경기후 "양현종이 힘들때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며 흡족해 했다. 양현종은 팀도 살리고, 자신의 자존심도 세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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