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복면가왕'은 왜 황재근 디자이너에게 가면 디자인을 맡겼을까.
MBC '일밤-복면가왕'은 선입견을 타파하고 오직 음색과 가창력, 표현력 등으로만 평가하는 무대를 만들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가면'이라는 아이템의 힘이 무엇보다 컸다. 가면을 씀으로서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고, 스우가 아닌 그의 정체를 맞추는 추리가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가면을 벗는 순간의 반전과 감동은 어느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이었으며, 그렇게 '복면가왕'은 시청자들과 출연자 모두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요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게 됐다.
가면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요소인 만큼, 제작진은 가면 디자인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가면은 노래하기 불편함이 없도록 인체 공학적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중점을 둔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면 대여 업체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 전문 업체에 부탁, 디자이너에게 따로 맡길 정도로 공을 쏟고 있다.
특히 가면 디자이너가 온스타일에서 2013년 방송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올스타' 우승자 출신으로 현재 제쿤 옴므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황재근 디자이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면은 더욱 화제가 됐다. 의상을 전문으로 다루던 디자이너에게 가면의 디자인을 맡긴다는 것은 색다른 발상이었다.
제작진은 어떻게 황재근 디자이너에게 생소한 가면 디자인을 부탁하게 됐을까. 연출자 민철기 PD는 "황재근 디자이너의 개성있는 디자인 세계가 끌렸다"며 "무엇보다 제작진과 의사소통이 잘됐다"라고 가면 디자인을 의뢰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보통 디자이너분들의 디자인 세계가 다 있기 마련인데 저희는 방송하는 사람들이고 또 '복면가왕'이 추구하는 가면 디자인이 예술하시던 분들이 보기엔 맞지않는 부분이 있다.근데 황재근 디자이너는 그런 부분에서 제작진과 잘 절충해줬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독창성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면서도 방송에 있어서 제작진과 의견을 조율할 줄 아는 디자이너라는 것.
매회 더 색다르고 화려한 가면으로, 노래를 듣는 즐거움 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주고 있는 '복면가왕'. 방송 소품에 대한 편견을 떨쳐낸 제작진의 세심함과 가면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뛰어는 디자이너의 도전정신이 만났기에, 가면이 '복면가왕'만의 특허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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