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왔을 때 잡으라고 했다.
정규시즌 막판 '예비역 카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가을 야구를 확정한 4개 팀은 포스트시즌을 위해, 5위 경쟁팀들은 막판 스퍼트를 위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상무 선수들은 지난 22일, 경찰청 선수들은 25일 전역 신고를 했다. 상무 선수로는 고원준(롯데) 하주석(한화) 정영일(SK) 김상수(넥센) 등이 대표적이다. 배영섭(삼성) 한승택(KIA) 장현식(NC) 김인태(두산) 등은 경찰청에서 21개월 간 군복무를 했다. 그리고 이들을 향한 시선은 세 가지다. 기회론과 신중론, 또 부정론이다. 예비역들의 1군 등록 여부를 이미 확정한 사령탑이 있는 반면, 최종 선택을 다음주까지 미룬 감독도 있다.
넥센은 당장 김상수를 24일 선발로 내보내며 포스트시즌에서도 기용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올해 퓨처스리그 19경기에서 14승3패, 3.0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남부리그 다승왕이자, 올해 2군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둔 투수. 염경엽 넥센 감독은 "입대 전 제구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커브가 좋아졌다. 카운트를 잡거나 결정구로 쓸 정도"라며 "상무 박치왕 감독도 높게 평가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7월부터 박치왕 감독에게 잘 관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제대 후 곧장 기용할 계획은 진작에 세웠다"며 "상수가 잘 던져서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한 자리를 맡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넥센에게 예비역의 합류는 '기회'다. 시즌 내내 마땅한 토종 선발 투수를 찾지 못해 애를 먹은 염 감독이기에 김상수의 제대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1,2위 팀 삼성과 NC는 신중론에 가깝다. 지금의 엔트리로 호성적을 유지하면서도 "일단 이들의 몸 상태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배영섭이 25일 제대하면 곧장 2군 훈련에 합류한다. 연습 경기를 하는 걸 보고 몸이 된다 싶으면 다음주부터 1군에서 뛰게 할 것"이라며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못 올라 온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사실상 배영섭의 합류가 확정적이라는 얘기가 들리는 가운데 류 감독은 끝까지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김경문 NC 감독도 비슷한 입장이다. "우완 투수 장현식과 외야수 강구성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이들의 1군 합류 여부는 '비밀'"이라며 "코칭스태프가 한번 보고 싶다고 해 홈 경기 때 같이 훈련하며 컨디션과 몸 상태를 체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예비역 카드'는 없다고 확실히 못박은 감독도 있다. 4위 두산, 5위 경쟁 중인 롯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7월부터 활용 방안을 생각해 봤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년 동안 2군에 있다가 1군에서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운 롯데 감독도 "투수코치 파트에서 고원준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 1군에서 던질 수준은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하며 "내년을 위해 차근차근 몸 만들기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는 시즌 뒤 진행되는 2차 드래프트 영향도 크다. 각 구단은 40명의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하는데, 괜히 제대 선수를 1군에서 썼다가 다른 선수를 보호하지 못하고 빼앗길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팀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