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구단의 역사를 새로 썼다. 사상 첫 FA컵 결승 진출이다.
인천은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전남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2대0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다.
창단(2003년) 이후 2006, 2007년 두 차례 FA 준결승에 올랐던 인천은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며 올 시즌 K리그에서 그룹A를 아쉽게 놓쳤던 아쉬움도 훌훌 털어버렸다.
야심찬 '복수혈전'이었다. 2006, 2007년 준결승에서 인천에 고배를 안긴 팀이 공교롭게도 전남이었다. 인천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깜짝쇼'라고 할 만큼 대대적인 변화카드를 들고 나왔고 이는 '헝그리 투혼'의 간절함과 어우러져 빛을 발했다.
변해야 산다? 숨은 의도는 '공격!'
1970년생 동갑내기 절친 두 감독은 마음이 통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변화를 시도했다. 축구팬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가 먼저 눈에 띄었다. 김도훈 인천 감독과 노상래 전남 감독은 약속이라도 한듯 최전방 외국인 공격수인 케빈과 스테보에게 각각 주장 완장을 채웠다. 외국인 선수가, 그것도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완장을 차고 서로 마주한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원래 전남은 주장 방대종, 부주장 이지남이다. 이지남이 출전했는데도 스테보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이례적이었다. '해결사' 스테보에게 기를 불어넣어주겠다는 노 감독의 노림수인 것이다. 인천도 마찬가지였다. 케빈은 하반기 주장을 맡아 온 김동석이 결장하자 완장을 찼다. 가끔 김동석이 없을 때 보던 장면이다. 원조 주장 유 현(GK)이 있는 데도 김 감독은 케빈을 밀었다. 지난 8월 29일 K리그 클래식 대전전(2대1 승)에서 올 시즌 팀 최다 4연승을 할 때 김동석 대신 완장을 찬 케빈이 골을 넣었던 기분좋은 기억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흔히 단발 승부에서는 안전 위주로 경기운영을 한다지만 이날 양 팀은 공격을 앞세웠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강도로 따지자면 공격 의욕이 강한 쪽은 인천이다. 올 시즌 내내 고수하던 4-1-4-1 포메이션 대신 3-4-3 대변화를 들고 나왔다. 이윤표-요니치-권완규가 스리백을, 김인성-케빈-김대경이 전방에 포진한 가운데 왼쪽 윙백을 보던 박대한이 미드필드 측면에 올라섰다. 특히 김 감독은 측면 수비수 권완규를 적진 깊숙이 올려넣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아쉽게 그룹A를 놓쳤던 지난 4일 성남전(0대1 패)에서 수비 위주 축구를 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흥분했어도 더 간절했던 인천 결국…
공격을 화두로 내세운 양 팀의 준결승은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전반 초반은 더 큰 변화를 시도한 인천 우세였다. 하지만 늘 그랬듯 마무리까지 가지 못했다. 먼저 들이댄 쪽이 빨리 지치게 마련. 20분이 지나면서 전남이 공세를 쥐기 시작했다. 후반 들어서는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후반 12분 인천 김인성의 돌파를 최효진이 거친 태클로 저지했다. 난데없이 바로 앞 그라운드 밖에서 몸을 풀던 인천 공격수 진성욱이 경고를 받았다. 진성욱이 최효진의 태클에 너무 강하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희귀한 장면이었다. 이때부터 선수들간 분위기가 험악해지는가 싶더니 불과 1분 뒤 케빈이 김인성을 넘어뜨린 최효진에게 거칠게 태클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케빈은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추가 경고가 나올까봐 주변에서 말려야 했다. 이후 헛심만 쓰는 일진일퇴의 공방. 연장 접전이다. 결국 흥분했지만 대대적인 변화로 더 간절했던 인천을 향해 승리의 여신이 웃었다. 연장 전반 26초만이었다. 박대한 왼쪽 필드 중앙에서 아크 정면의 윤상호에게 찔러주자 윤상호가 수비수 3명 사이를 비집고 절묘하게 왼발 터닝슛, 골그물 왼쪽 구석을 흔들었다. 개인 통산 22경기 출전 만에 터진 프로 2년차 풋내기의 데뷔골은 그의 축구인생은 물론 인천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으로 남게 됐다. 연장 후반 9분 '주장 효과'를 또 보여준 케빈의 쐐기골은 화려한 보너스였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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