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가리켜 '여자 복싱의 개척자'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커가기 시작하는 여자 복싱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때부터 복싱을 시작해 고교 3학년 때인 2008년 여자 복싱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오연지는 지난 8월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60㎏급에 출전해 한국 여자 복서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9월에 열렸던 전국체전에서 5연패를 이루며 국내 최강임을 입증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데다 성실함까지 갖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남자 선수들보다도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악바리 근성까지 갖췄다. 여기에 지난해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서 떨어진 아픔이 그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오연지는 "그때 떨어진 게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고, 그래서 이렇게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딸 수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 복싱에도, 그에게도 이번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박진아가 은메달(60㎏급)을 땄고, 세계선수권에서는 심희정이 동메달(64㎏급)을 따내며 조금씩 국제무대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오연지가 아시아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여자복싱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오연지도 세계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예전엔 사실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좋아 성적을 바란 적이 없었다"는 오연지는 "꿈으로만 꿔왔던 것이 이뤄지니 너무 벅찼다. 금메달을 따니까 내가 가능성이 있구나. 올림픽같이 더 큰 꿈을 꿔도 되겠구나하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이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에서 5위에 올랐던 오연지는 내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4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대회가 리우올림픽 예선전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티켓이 4장만 주어지기 때문에 준결승까지 진출해야만 한다. "세계 무대에서 아일랜드, 러시아 등이 강국인데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했다. 세계무대를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대신 장점을 더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연타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은 오연지는 스텝으로 상대에게 타이밍을 뺏는 자신의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대표팀 이승배 감독은 "중국에서 열린 대회서 작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선수를 준결승에서 완벽하게 제압하며 우승을 했다. 훈련량이 웬만한 남자선수 이상이다. 정말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다. 이대로만 간다면 최초 올림픽 출전과 함께 메달권 진입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복싱에서 첫 쾌거를 이룩한 오연지는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8월 MVP로 선정했다.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을 받게 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