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악재에 발목이 잡힌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 5연패를 이룰 수 있을까. 아니면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베어스가 14년 만에 샴페인을 터트릴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접전을 치른 두산이지만, 어느 때보다 우승을 위한 분위기, 환경이 좋아 보인다. 해외 원정 도박 문제가 불거진 주축 투수 3명이 빠진 삼성을 상대하게 됐다. 장기로 치면 '차'와 '포'가 없는 라이온즈다. 삼성으로선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스틴 니퍼트(34)과 알프레드 피가로(31), 선발진의 중심에 있는 두 외국인 투수가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베어스와 라이온즈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가 니퍼트, 피가로다.
니퍼트는 올해 두산 가을 야구의 주인공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플레이오프까지 3경기에 등판했는데, 2승에 평균자책점이 0.78이다. 유희관의 부진 속에서 두산이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니퍼트의 호투 덕분이다.
그는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등판해 9이닝 3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파워가 넘치는 막강 다이노스 타선의 기를 꺾어 놓은 완벽한 호투였다. 사흘 휴식 후 22일 4차전에 다시 나선 니퍼트는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7대0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벼랑끝에 몰린 상황에서 그는 두산의 구세주였다.
짧은 등판 간격에도 불구하고 공에 힘이 넘쳤다. 시속 150km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최고 154km까지 찍었다. 강속구와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져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니퍼트는 지난 1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니퍼트의 호투 속에 두산은 연장 10회 접전끝에 4대3으로 이겼다.
피가로는 윤성환과 함께 삼성 선발진을 이끈 '투톱'이다. 그런데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한 달간 어깨 통증으로 던지지 못했다. 경기 감각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지난 3일 정규시즌 히어로즈전에 출전해 7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1대0 승리를 이끌며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부상으로 빠지기 전 24경기에서 17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피가로다. 그러나 부상 이전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졌고, 구위가 압도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종료 후 3주간 이어진 휴식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궁금하다. 피가로는 정규 시즌 25경기에서 13승7패-평균자책점 3.38을 마크했다.
니퍼트는 정규시즌과 포스트 시즌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잔부상으로 페넌트레이스 20경기 등판에 그친 니퍼트는 6승5패-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2011년 두산 입단 후 5년 만의 최악의 성적이다. 정규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더니, 포스트 시즌에서 펄펄 날았다.
지난 22일 86개를 던진 니퍼트는 2,3차전이나 6,7차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타선이 히어로즈, NC보다 완성도 높은 타선이라는 걸 감안하면 기대치를 조금 낮춰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피가로도 컨디션에 이상이 없다면, 2경기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두산과 삼성 모두 니퍼트와 피가로는 필승 카드이다. 반드시 잡아야할 경기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