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이 큰 사고를 쳤다. 여러 보상이 주어질 것인데, 연장 계약만큼 좋은 게 있을까.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감독 데뷔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라는 훈장을 달았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13대2 대승으로 시리즈 전적 4승1패, 14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시행착오가 많이 있었지만 끝은 달콤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초반 윤명준, 노경은 연이은 마무리 실패 등 프로 감독으로서의 쓴맛을 겪으며 출발을 했다. 하지만 야구를 알고 하는 영리한 제자들 덕에 위기를 넘겼고, 경기를 치르며 자신만의 확실한 야구 스타일을 정립해나가기 시작했다. 치밀하게 짜여진 작전 야구는 아니지만, 선수들을 믿는 선 굵은 야구로 성적과 흥행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포스트시즌 선수단 뚝심 운용은 빛을 발했다. 한국시리즈 상대인 삼성이 도박 스캔들로 주축 투수 3명을 잃은 타격이 크다고들 하지만, 두산 역시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빠졌다.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 역시 사실상 없는 선수였다. 외국인 선수 2명 없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수많은 경기를 치렀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운도 따랐다. 양의지, 정수빈이 큰 부상을 당할 뻔 했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줄 수 있는 정도의 부상이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빠졌다고 상상한다면 두산에는 끔찍한 일이다.
어찌됐든 김 감독은 두산의 14년 우승 한을 풀어줬다. 두산은 올시즌을 앞두고 김 감독과 2년 7억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 초보 감독에게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줬다는 것, 그 안에 자신의 진가를 보이라는 뜻이었다. 1년차 선수단 파악을 확실히 하고 2년차 우승에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됐는데, 김 감독이 첫 해 우승을 시켰으니 구단으로서는 기쁠 일이다.
우승을 했다. 내년에도 무조건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그렇다고 '올해 우승했으니 내년에 우승 못하면 실패한 감독'이라고 할 수도 없다. 분명, 이번 우승에 대한 업적을 인정해주는 게 맞다. 김 감독이 2년차 두산을 더 강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감독부터 안정된 분위기 속에 팀을 이끌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연장 계약이다. 물론, 구단과 감독 간의 신뢰가 있다면 내년 시즌 후 다시 계약 협상을 할 수도 있다.
NC 다이노스도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신생팀을 잘 이끈 공로로 계약기간 만료 전 김경문 감독과 3년 연장 계약을 했다. 넥센 히어로즈 역시 가을야구에 연속 진출시킨 염경엽 감독을 인정해 지난 시즌 종료 후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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