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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에서 순박한 뱃사나이로 변신한 박유천의 열연은 트로피의 주인이 되기에 마땅했다. 하지만 그는 "청룡영화상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제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너무 놀랐어요. 카메라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수상 소감도 준비하지 못해서 이상한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시상식을 구경하러 간 거였어요. 연예인도 연예인을 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영화관에서 놓쳤던 작품은 뭐가 있나 살펴보는 재미도 있고요. 그런데 덜컥 상을 받으니 마음도 불편하고 어깨가 무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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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는 박유천에게 연기의 새로운 재미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기관실 안에서 액션신을 촬영하고 나면 말 한마디 못할 만큼 지치는데도, 짜릿한 희열과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를 테면 힘든 척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녹초가 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니 훨씬 더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감정이 나오더라는 얘기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힘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힘듦까지 즐겁게 느껴질 만큼 연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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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로부터 깜짝 선물도 받았다. '배우 박유천'이라고 이름이 새겨진 디렉터스 체어. 무려 20여 년 전 제작된 귀한 의자다. "볼품 없지만 꼭 선물해 주고 싶었다"는 설경구의 메시지를 전하던 박유천은 감동으로 다시 벅차올랐다. "원래도 설경구 선배를 좋아했지만, 실제로 알게 되면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제 롤모델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드라마 '쓰리 데이즈' 이후 한동안 쉬다가 다시 작품을 고른 것도 선배 때문이었죠. 선배가 출연한 '나의 독재자'를 본 뒤 연기가 너무나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냄새를 보는 소녀'에 출연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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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를 맞이하는 두려움에 대해 묻자 "일이 잘 안 풀리면 동생(박유환)에게 용돈 받으면 돼요"라며 넉살 좋게 껄껄 웃는다. "실수는 많이 했지만 허투루 살지는 않았으니 30대에도 분명 제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을 거라 믿어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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