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에 맞은 70번째 잔치무대. 제7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9일 서울 고척돔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1946년 시작된 청룡기는 올해가 70번째 대회로 이날 개막식에는 참가팀 23개교 선수단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청룡기 뿐만 아니라 전국규모의 대회가 이처럼 성대하게 개막식을 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사회 각 분야에서 뜻깊은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고등학교 야구의 최고 영예와 전통을 이어온 청룡기 대회도 70번째 잔치를 시작한 것이다.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 대한야구협회가 주최하는 청룡기 대회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 탄생해 한국 아마 야구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동안 백인천, 이만수, 최동원, 양상문, 박노준, 조계현, 이종범, 박찬호, 이승엽, 이대호, 추신수, 류현진 등 국내외에서 한국 야구를 빛낸 수많은 선수들이 청룡기 대회에서 기량을 갈고닦으며 꿈을 키웠다.
2011년 도입된 주말리그로 고교야구가 재편된 후에도 청룡기는 한 해의 고교야구를 결산하는 명실상부한 왕중왕전으로 자리잡았다. 70회를 맞은 올해에는 앞선 4개 전국대회에서 8강에 들었던 학교들과 시도 협회에서 추천한 팀까지 총 23개 팀이 출전해 자웅을 겨룬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특히 1946년 제1회 대회 출전자들이 시구, 시타, 시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선수단 입장식과 대회 축사, 70주년 영상 상영이 끝난 뒤 이용일(경동중), 황기대(경남중), 황우겸(동산중) 등 청룡기 1회 출전자들이 역사적인 시구-시타-시포를 했다. 하얗게 내려앉은 머리와 구부정한 허리가 격동의 세월을 느끼게 했지만, 이들은 70년전 그라운드를 누볐던 젊은 날의 함성과 감격을 되새겼다.
또 청룡기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백인천 전 LG 감독과 이만수 전 SK 감독, 올해 최동원상 수상자인 두산 유희관도 개막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대회가 고척돔에서 진행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고척돔은 지난 4~5일 프리미어12 야구국가대표팀이 쿠바와 평가전을 치르는 동안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오는 16일까지 앞으로 1주일 동안 고척돔은 참가 선수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심어주게 된다. 이날 첫 경기서 마산용마고를 꺾은 경북고 투수 박세진은 "돔구장에서 경기를 하니 감격스럽다. 바깥 날씨는 추운데 안은 따뜻해서 경기하기 좋았던 것 같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은 무료로 개방돼 학생 팬들과 학부모, 일반 야구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올해는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행사도 마련했다. 대회 기간 동안 고척돔 2층 로비에선 70주년 기념 사진전 및 전시회가 열리고, 14일 8강전과 16일 결승전에 앞서 70주년을 기념해 야구 영화가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다.
첫 경기서 경북고는 마산용마고를 1대0으로 눌렀고, 성남고는 유신고에 5대3 역전승을 거두고 2회전에 진출했다.고척돔=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