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단 생애 첫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 이 정도면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이다.
김재호(두산 베어스) 얘기다. 김인식 호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은 김재호가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다.
12일 대만 타이베이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예선 베네수엘라와의 경기. 한국이 13대2로 7회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영봉패 당한 뒤 2연승으로 8강 진출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다. '감'을 찾은 타선은 이번에도 터졌다. 장단 14안타를 폭발한 데다 볼넷도 7개 얻어내며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김재호는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3경기 연속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깔끔한 수비의 연속이다. 처음 키스톤 콤비가 된 정근우(한화 이글스)와의 호흡도 완벽하다. 이날도 6회 무사 1루에서 6(유격수)-4(2루수)-3(1루수)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연출했다. 3개의 땅볼을 처리하는 모습은 안정적이었다. 올 정규시즌 유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다운, 정확한 송구와 부드러운 핸들링.
더 놀라운 점은 타격이다. 앞선 2경기에서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이날은 2타수 2안타 1볼네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우선 2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볼넷을 골랐다. 기본적으로 9번 타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다. 이후 팀이 4-2로 앞선 4회말. 무사 2루에서 좌월 2루타를 날렸다. 또 5회말에도 1사 1루에서 좌전 안타로 멀티 히트에 성공했다.
김재호는 올 133경기에서 타율 3할7리, 126안타를 때렸다. 타점은 50개, 득점은 63점. 10개 구단 9번 타자 중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전반기 MVP는 김재호"라고 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가운데 김재호가 없었다면 고꾸라졌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하는 일이 많다.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생긴 모습"이라고 했다.
김재호는 시범경기부터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누가 봐도 힘든 게 당연하다. 유격수란 포지션이 원래 포수와 더불어 체력 소모가 심하다. 하지만 태극마크 단 그는 지친 기색이 없다. 훈련하는 모습만 봐도 힘이 넘친다. 그는 "힘들지 않다. 태극마크는 영광이다"며 "이런 기회는 평생 오지 않을 수 있다"고 특유의 함박 웃음만 지을 뿐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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