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과연 실추된 명예를 세 번째 기회에서 만회할 수 있을까.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은 예선 라운드에서 3승2패 B조 3위로 8강 본선라운드에 진출했다. 일단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1차 목표는 완수된 셈이다. 이제 한국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16일부터 8강전을 치른다. 여기서 두 번 더 이기면 대망의 결승에 올라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우승컵을 놓고 싸운다.
1차 목표는 완성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대표팀의 에이스로 굳건한 신뢰를 받고 있던 김광현의 부진이다. 김광현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프리미어12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2⅔이닝 만에 2실점하고 강판됐다. 이어 6일 휴식 후 등판한 15일 미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4⅓이닝 만에 4안타 2볼넷 5탈삼진으로 2실점을 기록한 뒤 조상우로 교체됐다. 두 경기 연속 5이닝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김광현 개인의 자존심도 크게 상했겠지만, 한국 대표팀에 있어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오점이다. 당초 김광현은 개막전과 예선 5차전 그리고 만약 8강 본선라운드에 진출한다면 결승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등판 일정과 팀 전력을 감안하면 가장 현실성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김광현이 2연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시나리오에 오류가 생겼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현재 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당초 계획대로 김광현에게 세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일정상으로는 가장 현실성이 있다. 김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가 15일에 등판한 김광현을 당장 16일 8강전에 계투로 쓰는 식의 투수 운용을 할 리는 없다. 또한 대표팀이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김광현이 20일 4강전에 다시 선발 등판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3일 밖에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김광현을 이 경기에서 중간계투로 쓴다고 해도 결승전 선발이 애매해진다.
때문에 김광현에게 휴식을 주고, 다른 전력으로 결승 티켓을 따낸 뒤 21일 결승전에 김광현을 다시 선발 투입하는 방안이 고려된다. 결승전은 최후의 승부다. 김광현으로서는 지금껏 부진했던 것을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두 차례의 부진으로 인해 떨어진 자신감이 '최후의 무대'라는 압박감 앞에서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대표팀 투수 운용의 또 다른 예상 시나리오는 김광현을 결승전이 아닌 4강전에 전격 투입하는 것이다. '에이스'의 이름값에는 다소 흠이 갈 수도 있겠지만, 팀의 우승을 위해서라면 이 방안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장원준이 16일 8강전에서도 여전히 호투해줘야 한다. 그러면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냉정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불안정한 김광현 대신 아예 장원준을 4일 휴식 후 결승전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김광현은 아예 4일 휴식 후 19일 4강전 선발이나 불펜으로 나서게 된다. 투구수와 휴식 일정, 그리고 김광현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4강전 선발로 나서는 게 조금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시나리오는 김광현에게 어떤 면에서는 '결승전 선발'보다 덜 부담될 수 있다.
4강전이든 결승전이든 어쨌든 중요한 건 김광현이 자신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리미어12 대회를 준비하며 김광현은 투수조 조장을 맡아 커다란 책임감을 보이고 있었다. "대표팀 투수력이 약하다는 이야기에 기분이 안좋았다. 우리가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일단 앞선 두 번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과연 김광현이 마지막 찬스에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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