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3시15분.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던 한국 대표팀. 김인식 감독을 필두로 이순철 선동열 코치를 비롯해 선수들이 속속 도착,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덕아웃을 휘감는 분위기는 단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피곤함'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지원 스태프의 얼굴은 한마디로 녹초가 돼 있었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의 꼼수다. 갑자기 자신의 준결승 스케줄을 19일로 확정했다. 한국은 무방비였다.
결국 이날 대만에서 일본 도쿄로 이동해야 하는 대표팀. 출발시각은 오전 4시30분이었다. 이대호는 "새벽 4시에 이동한 적은 거의 없다"며 황당해 하기도 했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이 1~2시간 정도만 잤을 것"이라고 했다. 출발이 오전 4시30분이라면, 보통 3시에는 기상을 해야 한다. 샤워를 하고, 짐을 싸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11시30분 경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대표팀 선수는 분주하게 이동했다. 도쿄돔에서 그라운드 적응훈련을 해야 했다.
하루 뒤 4강전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공식 훈련 시간은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다. 반면 일본 대표팀 훈련은 오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잡혀있다. 실제 경기시각은 오후 7시다.
결국 스케줄 뿐만 아니라 훈련시간도 일본의 실전 적응에 극히 유리하도록 설정돼 있다. 급조된 대회 '프리미어 12'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한국 대표팀 선수단. 하지만 연습시간을 오히려 1시간15분 당겼다. 3시15분에 도쿄돔에 도착했다.
연습을 진행하는 한국 선수들의 눈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황재균은 "정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1시간 정도 잤나. 비행기도 이코노미 클래스석이여서 부동자세로 왔다"고 했다.
일반인에게는 별 불편함이 없는 이코노미 클래스석이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덩치 큰 선수들에게는 곤혹이었다.
김현수는 "조상우의 경우에는 엉덩이가 완전히 끼었을 수 있다"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이날 비지니스석이 5석, 나머지는 모두 이코노미 클래스석이 배정됐다. 다행히 4석은 비상구였다. 조상우와 조무근 등 덩치 큰 선수들은 겨우 몸을 추스릴 수 있었다.
하지만 훈련은 매우 진지하게 이뤄졌다. 이대호는 "모든 선수들이 일본전의 의미를 다 안다. 마음 한 구석에 확 솟구치는 뭔가가 있다"며 "피곤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경기"라고 했다.
펜스 쪽에는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 훈련, 홈 플레이트에서는 타격 훈련, 그리고 3루 베이스 파울지역에서는 투수들의 번트 수비 훈련, 3루 파울 지역 위쪽에서는 선수들의 스트레칭과 순발력 훈련이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좌타우타인 오재원은 배팅볼 투수를 자청했다. 마운드 2~3m 앞에서 빠른 공을 뿌렸다. 강한 패스트볼을 던지는 오타니를 의식한 베팅볼이었다.
3루측 덕아웃의 미디어 가이드선 안에는 한국과 일본의 기자들로 가득찼다. 일본 취재진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을 집중 취재했다
'오타니의 공과 대비책'에 대해 묻는 등 열띤 취재열기였다.
선수들은 매우 피곤한 표정으로 라커룸과 그라운드를 왔다갔다 했다. 하지만, 가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양의지는 "오타니는 일단 일찍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시리즈 때 다친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슬쩍 보면서 "이젠 다 붙었겠네"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너무 피곤하다. 재팬시리즈 끝나고 쉬고 싶었는데, 아직도 계속 경기를 하고 있다. 대회가 끝난 뒤 이틀 정도 전화기를 꺼놓고 아내와 아이와 함께 푹 자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대호의 인터뷰 때 절친한 친구 정근우는 "대호야~ 사우나 가자"라고 말한 뒤 취재진을 향해 "이제 더 이상 질문 없으시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대표팀의 피곤한 하루의 일정은 오후 5시40분 경 끝났다. 너무나 고단했던 하루였다. 도쿄돔=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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