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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부러울 할릴호지치, 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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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라이벌' 한-일 축구의 오늘은 '극과 극'이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대표팀 감독은 구름 위를 걷고 있다. 화려한 현역 생활 뒤 찾아온 '무명 지도자'의 설움을 멋지게 떨쳐냈다. 반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를 16강으로 이끌며 '스타'로 떠올랐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대표팀 감독은 울상이다. 지난 3월 취임 뒤부터 졸전을 거듭하며 끊임없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흔들림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본은 17일(한국시각) 프놈펜 국립경기장에서 가진 캄보디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E조 6차전에서 2대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일본은 2차예선 5연승 및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로 E조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3위 캄보디아(일본 50위)를 상대로 일방적인 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음에도 후반 막판까지 1골에 그치는 등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난 6월 FIFA랭킹 152위 싱가포르와 안방서 가진 2차예선 첫 경기서 0대0 무승부에 그쳤을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승리를 거뒀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할릴호지치 감독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 몇몇 선수들에겐 더 많은 플레이를 요구한 게 사실이다. 일단 이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불과 하루 전 "아름다운 승리로 2015년을 마무리 하겠다"던 호언장담과는 딴판이다.

일본 언론들의 '할릴 재팬(할릴호지치 감독의 이름에 빗댄 일본대표팀 애칭)' 때리기가 예사롭지 않다.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로 유명한 일본 축구 평론가 세르지오 에치고는 기고문을 통해 '(캄보디아전은) 볼 게 없었다. 졸음을 불러온 기괴한 전술 운영과 불공평한 내부경쟁 구도 속에 할릴호지치 감독은 착각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축구 전문매체 축구채널 역시 '(할릴호지치 감독이 부임 뒤) 혼다 게이스케(AC밀란)와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에게만 의존하는 공격 전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스포츠지 닛칸스포츠는 '일단 이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발언이 일본 축구의 올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자조섞인 평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일본대표팀의 부진을 할릴호지치 감독의 선수단 장악 실패와 연관짓는 분위기다. 소속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혼다 등 일부 선수들에 대한 '편애'가 기존 선수들의 반발과 저조한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할릴호지치 감독 체제가 당장 무너지진 않을 전망이다. 새 감독을 데려와 달라진 효과를 기대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새롭게 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승부조작 혐의에 휘말린 하비에르 아기레 전 감독을 경질한 뒤 기술위원장이 유럽 현지를 돌며 어렵게 '모셔온' 할릴호지치 감독마저 내보낸다면 일본축구협회 스스로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다만 2차예선과 차원이 다른 험난한 경쟁이 펼쳐질 최종예선에서도 부진이 이어질 경우 일본축구협회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