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격기' 게오르기 그로저(31·삼성화재)가 V리그 역사를 또 다시 바꿨다.
그로저는 1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OK저축은행과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2라운드 홈 경기에서 서브에이스 9개를 기록, 서브 역사를 새로 썼다.
기존 V리그 한 경기 최다 서브에이스 기록은 2005년 숀 루니(현대캐피탈)와 2010년 정평호(KEPCO)가 기록한 8개였다.
그로저는 지난달 17일 한국 땅을 밟았다. 20일 현대캐피탈과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 3차전이 V리그 데뷔전이었다. 역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주전 세터 유광우와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어느덧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지 한 달이 흘렀다. 경기를 치를수록 한국 배구에 적응해 가던 그로저는 18일 OK저축은행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드디어 월드클래스급 기량을 뽐냈다. 이날 그로저는 양팀 최다인 48득점을 폭발시켰다. 공격성공률은 50%에 달했다.
그로저는 1세트에서 서브에이스 3개를 올리며 대기록의 서막을 열었다. 2세트와 3세트에서 각각 1개와 3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그로저는 4세트에서 2개를 보태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렇게 빠르게 팀에 녹아든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세터와의 호흡을 완벽에 가깝게 맞췄다. 많은 대화가 주효했다. 그로저는 유광우에게 딱 한 가지를 요구했다. "토스가 짧지만 않으면 된다. 짧은 토스는 스파이크 각이 나오지 않아 크로스밖에 때릴 수 없다." 나머지 토스에 대해서는 자신이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토스가 높아도 길면 된다. 토스 속도는 내가 알아서 맞추겠다." 소통이 이뤄지면서 그로저는 오픈 공격보다 시간차 등 패턴 플레이를 좀 더 훈련하고 있다.
유럽과 다른 블로킹 위치에 대해서도 숙지했다. 유럽에선 블로킹 직선 코스는 통상 비워둔다. 그러나 한국은 전위 측면 공격수가 직선 코스를 막고 센터가 크로스를 막는다. V리그 초반 블로킹 시스템이 낯선 그로저의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던 이유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의 주문도 그로저의 기를 살렸다. 그로저는 범실이 늘어나면 연타로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임 감독은 그로저에게 "범실을 해도 괜찮으니 강하게 때려라"라며 자신감을 고취시켰다.
그로저가 세계적인 선수라고 평가받는 부분은 '프로 정신'이었다. 그 동안 유럽에서만 활동하던 그로저는 아시아 무대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절대 얕잡아보지 않았다. 아무리 유럽 무대보다 수준이 낮다고 해도 자신의 몸 관리에는 철저하다. 사생활을 단순화시켰다. 특히 경기 이후 충분한 수면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생선을 제외하고 못먹는 한국 음식이 없을 정도로 영양 섭취에도 신경을 썼다.
그로저는 심리적으로 더 안정될 전망이다. 12월 초 독일에서 아내와 두 자녀가 한국으로 와 함께 생활한다. 가족의 힘이 그로저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대전=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