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에서 가장 주목받은 타자는 김현수다.
대표팀 부동의 3번 타자다. 올 시즌 두산을 우승으로 이끈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몸값이 수직상승했다.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결승진출을 확정지은 20일 오전 연습이 끝난 뒤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결승이 끝날 때까지 야구에만 집중하고 싶다. 기사를 21일 결승전이 끝난 뒤 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취재진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의 기본 입장은 "좋은 조건이 오면 어디든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 어떤 팀도 괜찮다"고 했다.
즉, 자신의 몸값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오퍼가 온다면, 해외진출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현수의 소속팀이었던 두산은 이미 박정원 구단주를 비롯해 김승영 사장이 김현수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승영 사장은 "우리 선수다. 팀에 꼭 필요하다. 최 정보다 많이 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최 정은 4년 86억원으로 FA 역대 최고금액을 경신했다. 때문에 김현수의 '시장가'는 4년 100억원 안팎에 육박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변수가 있었다. 프리미어 12였다.
그는 이 대회를 통해 주가를 한껏 높였다. 개막전에서 일본 오타니의 실투를 2루타로 연결했고, 도미니카전에서 5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8회 터진 3타점 적시 2루타는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은 안타였다.
12일 베네수엘라 전에서도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핵심 역할을 했다. 두산에서의 김현수는 매우 위력적이었지만, 태극마크를 단 김현수는 활화산같다.
준결승에서 괴물 오타니에게 철저히 당한 탓에 타율은 2할8푼6리지만, 팀내에서 가장 많은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오타니 역시 "한국에서 김현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라고 했고,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장타력과 컨택트 능력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 프리미어 12 대회 직전까지 김현수의 해외 진출은 불투명했다.
일본에서는 러브콜이 끊어졌다. 요미우리가 관심이 있었지만, 최근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 상태. 게다가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높지 않았다.
때문에 조심스럽게 김현수의 국내 잔류가 점쳐졌었다. 실제, 시즌 중 '타 구단이 김현수를 노리고 있다'는 루머도 무성하게 돌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꾸준함의 대명사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올 시즌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컨택트와 장타력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그리고 프리미어 12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드러냈다.
김현수는 "현재 에이전트를 통해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회를 치르면서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사로 접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실감나는 부분은 없다. 야구에 그냥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진출을 무조건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조건이 온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일단 해외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두산의 경우 내부적으로 김현수를 잡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김현수가 해외 진출을 할 때 잡을 명분이 없어진다. 때문에 김현수의 해외진출시 외국인 타자를 타격에 중점을 둔 외야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도쿄돔=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