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우뚝섰다. 제1회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숙적 일본에 이어 '야구종주국'인 미국마저 격파하며 초대 우승컵을 높이 올렸다.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결과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어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특유의 노련한 경험과 묵직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끈 김인식 감독과 여러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 모두 찬사를 받기에 마땅하다.
그런데 이 최고의 순간은 한국 야구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때문에 축하의 샴페인만 터트리며 마냥 시간을 보내선 안된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냉철한 자기 반성을 통해 미래를 위한 백년 대계를 만들 최적의 시점이다. 야구계가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한국 야구가 진정한 세계 정상의 자리를 굳힐 수 있는 초석을 만들 수 있다. 그 출발은 바로 '대표팀 전임감독제'다.
그간 야구계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대표팀 전임감독제' 이야기가 논의됐다. 이는 주로 일선 감독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다. 프로팀 감독에게 한시적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맞기는 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정규리그와 국제대회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소속팀에도 손실이고, 대표팀에 전념하기도 어렵다. 감독 개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지금까지는 '국가에 대한 헌신'이라는 대의명문 때문에 많은 감독들이 이런 힘든 일을 묵묵히 견뎌냈다.
이런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전임감독제'다. 프로팀 감독이 아닌 야구계 인사에게 대표팀 운영의 전권을 주자는 의견이다. 여러 장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대표팀의 선수 선발과 관리 및 운영, 그리고 상대 전력 분석과 팀 전략 수립 등의 모든 과정을 일사분란하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야구의 발전 방향에 대한 플랜을 마련할 수도 있다. 세계 야구의 동향과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지닌 '전임감독제'는 매번 '국제대회가 실질적으로 많지않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는 반대 의견에 무산됐다. 일면 맞는 얘기같기도 하다. 일 년에도 수 차례씩 대표팀 A매치가 있는 축구와는 달리 야구는 국가대표팀이 운용될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잘 해야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국가대표팀이 나설 무대가 마련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면 된다. 단순히 대표팀 멤버를 선임하고 훈련시켜 대회를 치르는 것까지만 한다면 전임제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할을 맡긴다면 어떨까.
프리미어12를 통해 이미 그런 역할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이번 대회의 우승은 순전히 대표팀 코칭스태프, 특히 김인식 감독의 헌신에 의한 결과다. 그러나 화려한 결과로 가려진 대표팀의 운용과정은 부실했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선수 구성과 합동 훈련 등이 급박하게 진행되다보니 잡음이 많이 생겼다.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장기적인 대표팀 운용 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입증됐다. 비록 일본이 3위에 머물긴 했지만, 이미 2013년부터 대표팀 전임제를 통해 힘있게 장기 플랜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10년 플랜'을 세우고 운용하는 준비성은 본받을 필요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대표팀 전임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한국 야구가 향후 2017 WBC, 2018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등 지속적으로 이어질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세계 최정상을 유지하려면 긴 안목에서 안정적으로 대표팀을 책임지고 끌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대표팀 전임감독제가 해답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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