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4관왕에다 최우수선수(MVP)까지 독식한 에릭 테임즈를 보면서 문뜩 드는 의문. '왜 이런 선수가 KBO리그에'. 그는 내년에도 NC 유니폼을 입고 뛴다. 구단은 최근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테임즈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472타수 180안타 타율 3할8푼1리에 47홈런 140타점 130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4할9푼7리, 장타율은 7할9푼. 타율, 득점, 출루율, 장타율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다. 타점 2위, 홈런 3위, 최다 안타 4위 등 다른 부문에서도 상위권이다. 특히 KBO리그 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한국 무대 2년째를 맞아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나오지 않은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재계약 소식은 의외로 빨리 전해졌다. 미국 또는 일본에서 러브콜을 보낸 것이 분명한데,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좋은 선수들과 우승을 하고 싶다"고 선뜻 도장을 찍었다. 그는 24일 MVP를 수상한 뒤에도 "첫 해 30홈런, 올해는 40홈런이 목표였다. 모두 달성한 만큼 내년에는 50홈런을 위해 뛰겠다"고 개인적인 목표 설정을 확고히 했다. 아울러 "MVP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트로피에 입맞춤을 했다.
그러면서 테임즈가 언급한 단어가 '스트레스'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인 타자로 우뚝 선 원동력을 "심리적 안정감"에서 찾은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단장, 감독, 팬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압박감이 있었다. 타석에서 홈런이나 안타를 쳐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랐다"며 "이 곳은 다르다. 항상 라인업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편한 마음을 가졌고 스트레스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연봉 계약을 눈앞에 둔 박병호가 귀담아 들을 만한 얘기다.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은 테임즈는 2011~12년 메이저리그에서 181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당시 성적은 타율 2할5푼에 21홈런 62타점. 하지만 2013년을 포함해 나머지 시즌은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냉정히 말해 빅리그에 정착하지 못한 것. 그래서 박병호에게 해줄 말도 많다. 실제 "미국 투수의 슬라이더는 국내 투수보다 더 날카롭고 예리하게 꺾인다. 라틴계 투수의 패스트볼은 빠르다"는 차이점을 말하기도 했다. "박병호가 이런 공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
그러면서도 테임즈는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연착륙 가능성을 아주 높게 점쳤다. 이유는 "남들과 멘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배운 건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면서 "그런데 박병호를 보면 마인드 컨트롤을 참 잘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실 박병호가 만든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고 완성한 위대한 업적이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악플 등 악조건도 모두 견뎌낸 결과다. 이렇다 보니 테임즈의 말대로 박병호의 멘탈마저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내년 시즌 국내에서 접하지 못한 구위에 빨리 적응만 한다면, 강정호처럼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이유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