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12일 여자축구 이천 대교의 홈구장인 이천종합운동장, 이천 대교 선수들과 이천여자어린이FC가 만났다.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겸 대교 그룹 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띠며 이들의 만남을 바라봤다. 강 회장은 이천 대교의 구단주다. 이천여자어린이FC는 강 회장이 수장인 국민생활체육회가 지원하는 48개 여자어린이축구클럽 중 하나다. 여자축구를 매개로 선수와 어린이들이 마주한 자리,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진 여자어린이들을 향해 강 회장은 '지소연 이야기'를 꺼냈다. 소녀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지소연 언니는 여러분만 할 때 남자친구들과 같이 공을 찼어요. 여러분도 남자친구들과 '같이' 공을 찼으면 좋겠어요."
여자축구 이천 대교 구단주 강 회장은 14년째 여자축구단을 운영하며 몸소 깨친 평소 소신을 술술 풀어놨다. "초등학생들, 적어도 2차 성징이 오기 전까지는 남녀 어린이가 함께 축구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여학생들이 성장도 더 빠르고, 체격도 더 크다. 운동능력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충분히 남녀가 함께 공을 찰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유럽처럼 '축구하는 여자'가 '당연한' 세상을 이야기했다.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단언했다. "어릴 때부터 남녀가 함께 공을 차면 운동습관은 절로 생긴다. 축구도 빨리 발전한다"고 했다. 파격적인 제언도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팀 경기의 경우 11명중 3~4명은 여학생을 의무투입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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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활체육의 수장이자, 전문체육 실업팀의 구단주인 강 회장은 엘리트-생활체육의 선순환모델을 그렸다. "일본은 여자축구 등록선수만 3만4000명, 독일은 26만명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1705명에서 올해 1626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여자어린이들이 축구클럽을 통해 축구를 접하고 즐기면서 그 속에서 우수한 선수가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하는 날이 곧 와야 한다"고 했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천여자어린이FC와 같은 축구교실을 통해 지난 4년간 20여 명의 여학생들이 엘리트 축구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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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회사를 만들면서 강 회장은 "우수한 대졸 여성들을 어떻게 사회로 이끌까 하는 부분을 고민했다"고 했다. 대졸여성들이 기껏해야 무역회사 경리, 현모양처, 신부수업을 하던 시절이다. 이후 40년이 흘렀다. 대교 그룹의 1만5000명 직원 중 83%가 여성이다. 소위 '유리천장'이 없다. 강 회장은 여성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활용하고 인정하는 CEO다. 여성에 대한 존중은 여성 스포츠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강 회장은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남녀는 평등해야 하고, 평등의 기본은 기회균등이다. 여성들에게 기회를 안주더라. 운동의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학생들을 운동장으로 이끄는 일에 대해 강 회장은 "정규수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영국 등 유럽의 경우 체육 관련기관과 학교가 파트너십을 구축해 체육 활동 참여를 늘리고,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여학생들에게 다양한 종목을 통해 흥미를 불러일으킬 방과후 활동,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체육시간은 '체육교육'이다. 스포츠맨십, 올림픽 정신을 가르치고, 경기의 규칙과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기초종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 밖에 기능적인 체육은 학교밖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통한 반복 훈련으로 익혀야 한다. 취미로, 특기로 배우는 것이다. 지역사회, 생활체육과 연계해야 한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핀란드 등 유럽 스포츠 선진국을 보면 학교 밖 스포츠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다. 이 프로그램을 기준 이상 이수하지않으면 학교에서 진급, 진학을 안시킨다. 체력이 안되면 또래끼리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지식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에 체육교육이다. 교육의 정의가 뭔가,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강 회장은 "내년에도 여자어린이축구를 활성화하고,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여학생 참여비율을 높이는 등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땀 흘리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캠페인 취지를 적극 지지했다. "어머니가 내려주신 조건하에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 운동이고, 그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기업 현장에서 지켜본 '운동녀'들의 장점을 열거했다. "운동하는 여성은 다르다. 이해심도 깊고 배려도 잘한다. 건강하고 씩씩하다. 어려운 고비가 있을 때 이겨내는 능력도 대단하다."
인터뷰 말미 회장님의 '야생초론'이 마음에 와닿았다. "요즘 야생초, 들꽃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외관은 조화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개성이 있다. 강한 향기를 지녔다. 운동하는 여성은 건강하고, 인간다운 향기가 나는 야생초 같은 사람이다. 외관만 예쁜 조화, 관상용 꽃이 될 것인가, 살아 숨쉬는 향기로운 생화가 될 것인가…. 운동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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