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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평범함으로 매주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며 온기를 전하는 착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성탄절 '구세군 냄비'처럼 '작은 정성'으로 '큰 감동'을 안긴 명장면을 나열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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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둘째를 대변하는 성덕선(혜리). 역대급 히스테리를 부리는 언니 보라(류혜영)와 집안의 귀한 막내 노을(최성원)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살아가는 덕선은 잡초 같은 근성 하나로 버텨왔다. 울분과 설움을 꿋꿋이 버틴 18년 인생.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언니와 나흘 차이밖에 안 나는 덕선의 생일이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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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선은 "내가 언니랑 생일 같이 안 한다고 말했잖아. 내가 말했잖아. 왜 나만 계란 안 줘? 나도 콩자반 싫어해. 그리고 아저씨가 통닭 나 먹으라고 준건데 왜 언니랑 노을이만 닭다리 주는 거야? 왜 나만 덕선이야? 언니는 보라고 쟤는 노을인데 왜 나만 덕선이냐고"라며 펑펑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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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케이크 하나로 둘째들의 애환을 전한 '응답하라 1988' 에피소드. 가족을 감동으로 몰아넣은 순간이었다.
바둑계의 돌부처로 불리는 천재바둑기사 최택(박보검). 11살에 프로에 입단한 이후 13살 세계최연소 타이틀을 획득하고 1988년까지 바둑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전설 같은 존재인 택은 '쌍문동 녀석들'에겐 그저 '등신'이라 불리며 보호를 받고 있다.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 해 깍두기를 밥그릇에 넣어줘야 할 정도로 어리바리한 택이지만 바둑돌만 잡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서운 실력을 과시한다.
든든한 '쌍문동 녀석들' 덕분인지 바둑계를 승승장구하는 택. 그러나 이런 택에게 뜻하지 않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신인에게 유독 약했던 택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에서 패한 것. 이번 경기는 택에게 엄청난 슬럼프를 안겼다. 그동안 택이는 집에서도 기원에서도 바둑판 앞에서 떠나지 않으며 경기를 준비해왔다. 두통약을 먹어가며 바둑과 씨름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경기를 지고 돌아온 날 쌍문동의 어른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저마다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택이는 그럴수록 더 움츠러들고 작아졌다. 결국 방안에 홀로 앉아 눈물을 글썽인 택이다.
그 시각 택이의 경기 소식을 알게 된 '쌍문동 녀석들' 덕선, 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택이의 방을 급습해 우울한 택이의 기분을 건드렸다. 깐족대는 친구들에게 택이는 "난 뭐 맨날 이기냐?"며 처음으로 화를 냈다. 이에 동룡은 "안돼. 너는 져도 안 되고 징크스, 슬럼프도 안 돼. 똥도 싸면 안 돼. 아니다, 똥은 싸도 돼. 그런데 냄새는 나면 안 된다"며 능글맞게 장난을 쳤다.
여기에 정환은 "차라리 욕을 해. 한번 욕 해봐. 이런 XX, X같네"라며 시범을 보였고 택은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이런 XX, X같네"라고 외쳤다. 언제나 참고 견딘 택이의 첫 외침. '쌍문동 녀석들'은 웃었고 택이 또한 한결 가벼워진 마음에 활짝 웃었다.
특별한 위로, 걱정스러운 토닥임 하나 없었지만 어떤 행동, 말보다 위로가 된 '응답하라 1988'의 우정. '친구란 모름지기 이런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쌍문동 사람들은 딱히 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다. 이웃집 팬티 개수까지 속속들이 아는 쌍문동. '네 집이 곧 내 집, 내 아들이 곧 네 아들'이라는 생각으로 세월을 함께한다. 최근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들이 1988년 쌍문동에는 펼쳐지고 있는 것.
이렇듯 남다른 이웃이자 가족인 쌍문동 사람들. 얄궂게도 '선우 엄마' 김선영에게 불연 듯 위기가 찾아오면서 쌍문동 사람들을 뭉치게 했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아들 선우와 어린 딸 진주(김설)를 키우는 그에게 악독한 시어머니는 선영의 유일한 재산인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고 이 돈을 갚지 못해 경매에 집이 넘어갈 위기를 맞았다.
추운 겨울 자식을 데리고 길거리에 나 앉게 된 선영은 막막함에 눈물을 흘렸고 이때 '덕선 엄마' 일화와 '정환 엄마' 미란이 선영을 찾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주를 품고 넋이 나간 선영을 본 두 사람은 함께 분노했고 함께 걱정했다. 선영도 친언니 같은 두 사람에게 "나보고 죽으란 소리지. 한 달에 30만원 가지고 겨우 사는데 1천만원을 어디서 구해"라며 원통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미란은 "몇백만원이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는데 1천만원은 어렵다. 그래도 남편 몰래 숨겨둔 돈 200만원 있어"라며 손을 내밀었고 어려운 형편의 일화 역시 "나도 어디든 빌려볼게"라며 나섰다. 가족도 자신을 버리는 상황에 남들인 미란, 일화가 자신을 돕겠다 적극 나서주자 고마움과 미안함이 한 번에 밀려오는 선영이다. 그는 "형님들 그런 말 하지 마. 지금까지 형님들에게 잔돈 꾼 것만 해도 몇백은 될 거다. 나도 염치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고 미란은 "신세 지는 거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리고 이제 좀 져도 돼"라며 따뜻하게 보듬었다.
1천만원을 구하기 위해 발을 구르던 선영은 '택이 아빠' 최무성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직접 간병에 나섰다. 자신처럼 일찍이 아내와 사별한 무성을 선영은 살뜰하게 챙겼다. 알고 보니 무성과 선영은 같은 고향의 친한 오빠, 동생 사이. 뒤늦게 선영의 집 소식을 들은 무성은 흔쾌히 1천만원이 담긴 통장을 내밀었다. 그동안 동네 사람들을 의식해 존댓말을 썼던 무성은 선영에게 "가시나야. 왜 오빠한테 이야기 안 했어? 쪽팔릴 것도 많다. 나는 내 소변줄 꼬라지 너한테 보여도 한 개도 안 쪽팔린다. 살다보면 남한테 신세도 지고 폐도 끼칠 수 있다. 남들 다 그렇게 산다.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마라. 신세 좀 지면 어때? 퍼뜩 받아라. 나중에 갚으면 된다"며 통장을 선영의 손에 쥐여줬다.
무뚝뚝한, 하지만 그 속내만큼은 찔질방 불가마보다 더 뜨거운 쌍문동 사람들. 좋은 음식이 있으면 나눠 먹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슬퍼하는 이웃의 정을 '응답하라 1988'은 알고 있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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