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샛별' 이유영에게 2015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데뷔작 '봄'과 올초 개봉한 영화 '간신'으로 단숨에 주목받으며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지난 11월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그 절정이었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간신'으로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이유영에게 뜨거운 축하와 격려가 쏟아졌다.
수상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12월 중순, 이유영을 만났다. 시상식 이후 근황을 물으니 최근 '간신' 팀과 수상 뒷풀이를 하며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민규동 감독과 배우 송영창을 비롯해 출연진과 스태프 40~50명이 고깃집에 모였다. "이날 저도 좀 취했어요." 이유영이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었다. 청룡영화상 수상만큼이나 동료들과의 만남이 기뻤던 모양이다.
수상 이후 이유영이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은 추운 날씨에 얇은 한복 차림으로 온몸 내던져 연기한 조단역 여배우들이다. 특히 극중 설중매와 한 무리로 등장해 연기 호흡을 맞췄던 연기자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간신'에서 이유영은 약간의 마음고생을 했다. 노출이나 수위 높은 연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노출 연기는 자신의 새로운 면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하지 않았다. 오직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자책감이 이유영을 괴롭혔다. "제 연기에서 아쉬운 점이 보여서 촬영하면서 힘들었어요. 때론 창피함까지 느꼈죠. 관객들이 설중매 캐릭터를 잘 봐주셨다면, 모두 민규동 감독님 덕분이에요."
스스로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기에 청룡영화상 수상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인 박소담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옆자리에 앉아 소곤소곤 수다 떨면서 시상식을 즐겼는데, 자신의 이름이 호명돼 깜짝 놀랐다. "특별한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혹시라도 상을 받게 되면 수상 소감에서 꼭 빠뜨리지 말아야 할 분들만 생각해본 정도였어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선 다 까먹고 아무에게도 고맙다는 얘기를 못했어요. 객석으로 돌아오자마자 소속사 대표님께 문자를 보냈더니 '상을 받았는데 내 이름 얘기 안 한 것쯤이야 뭐가 문제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보다 더 기뻐해주셨죠. 민규동 감독님은 가장 먼저 메시지를 보내 축하해주셨고요. 친척들도 TV를 보다가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유영은 함께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에게도 마음을 썼다. 시상식 쉬는 시간 동생과 동생 친구들이 영상 통화를 걸어서 큰 소리로 축하해줬는데, 수상에 실패한 주변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황급히 꺼버렸다고 한다. 마음씨가 곱다.
청룡영화상 이후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았냐고 물으니, "알아보기는커녕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명랑하게 웃는다. "제가 화장을 아예 안 하고 다녀서요." 평소에도 털털하기로 소문 났다. 고교 졸업 후 미용사로 일하다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인데, 그들 사이에선 이유영이 만만한 누나, 언니란다. "저를 새침데기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좀 허술해요.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음식 먹다가 흘리기도 하고….(웃음) 가끔 엉뚱해서 4차원이란 얘기도 들어요."
평소엔 수더분하다가 카메라 앞에 서면 돌변하는 걸 보니, 천상 배우 맞다. 앞으로 연기 활동에도 욕심 낸다. 좋은 역할이라면 드라마든 영화든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내년 1학기는 휴학하고 2학기에 복학해 졸업할 예정이에요. 그 사이에 좋은 작품과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강한 모습 말고 제 안의 또 다른 모습들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