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잡아야 산다'
작품성 ★
오락성 ★★★
감독 오인천 / 주연 김승우 김정태 / 배급 오퍼스픽쳐스 / 개봉 2016년 1월 7일
배우 김승우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작품 '잡아야 산다'가 지난 2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조폭 출신 기업 CEO '쌍칼' 승주(김승우)와 강력계 허당 형사 정택은 20년지기 친구사이지만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린다. 그러다 승주의 휴대폰과 정택의 권총을 고딩 4인방에게 빼앗기면서 이들은 밤새 고딩들을 쫓으며 갖은 고난을 다겪는다.
저예산에 톡톡 튀는 재미를 추구하는 B급 무비를 표방했다고 해도 '잡아야 산다'는 허술한 부분이 자주 눈에 띈다. 우선 한 템포 느린 대화가 영화를 보는 내내 거슬린다. 오디오를 겹치지 않기 위해 배우들이 의식적으로 한 박자 늦게 대사를 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 연기의 문제라면 편집으로 커버했어야 하는 부분이라 감독의 연출력이 아쉽다.
대본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도 지나치기 어렵다. 우선 정택이 승주에게 '악감정'을 갖는 부분은 섣불리 이해되기 힘들다. 게다가 그렇게 능력있는 형사와 잘나가는 CEO가 만났지만 고교생들에게 계속 끌려다니는 것이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관객을 허탈하게 만드는 부분 중 가장 압권은 고딩과의 문제가 해결된 후 갑자기 등장하는 클라이맥스다.
김승우는 너무 폼나는 액션을 구사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고교생, 동네 양아치들과 싸우면서 깔끔한 수트를 입고 마치 '007'을 보는 듯한 액션을 선보이려고 노력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 김정태는 재미는 있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8일 시사 후 김승우 본인도 "제작보고회에서 우리 영화는 재미를 많이 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조금 안타깝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많이 안 든다. 새해를 여는 영화로 가볍게 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솔직한 발언이 오히려 마음을 놓게 만든다. 만약 그가 영화를 본 후 작품에 대해 극찬을 했다면 그간 그가 쌓아온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이 반감될 뻔 했다. '장군의 아들'에서 그가 맡았던 '쌍칼'과 '잡아야 산다'에서의 '쌍칼'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 '라이터를 켜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여인' 등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서 그가 쌓아온 입지를 다음 작품에서는 흔들지 않았으면 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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